2019년 9월 2일 월요일의 딱 한 장
회사로 택배가 도착했다. 책 세 권과 편지 한 장. 처음엔 명치 아래로부터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어쩔 수 없이 또 우유에 오래 담근 시리얼처럼 흐물 해졌다. 편지를 다섯 번쯤 읽은 후에는 전화를 하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마음이 나의 마음대로 안 되어서 일단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할 때 으레 그렇듯이, 무언가를 바라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다.
저녁땐 또 노을이 예뻤고, 어울리지 않는 날씨였지만 지난번의 기억을 되살려 막걸리 집엘 갔고, 귀여운 가게에서 진토닉도 마셨고, (굳은 표정을 못 견디는) 나는 (역시나) 내내 웃었다. 그리고 짜잔 무슨 일이 있었게? 일기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당신에게 약하고 당신은 그걸 알고 그건 비극까진 아니되 다행만은 아니고..
아무튼 간에 이제야 여름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