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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무 Sep 10. 2019

선의에 대해 생각하기


  악스트 이번 호가 도착했다. 문학동네도 문학과사회도 지금 주문해서는 바로 받아보지 못할 것 같아 절망하던 차에 잘 되었다. 근처 카페에 가서 글을 읽다가 노트에 메모를 남기다가 픽션인지 아닌지 모를 글을 쓰다가 했다. 창을 보게끔 되어 있는 기다란 테이블 자리였다. 따뜻한 페퍼민트 티를 마셨고, 종종 고개를 들어 사장님이 켜놓은 장작불 영상을 바라보았다. 축축한 저녁에 꽤 괜찮은 선택을 했다 싶었다.

  나는 에니어그램에 따르면 2번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이며, Helper라고 한다. '나는 사람들을 보살핀다'라는 생각을 연료로 하여 움직이는 사람. 이런저런 설명이 쭉 쓰여있는 페이지를 읽어보면 대체로 맞는 말이 많아서 흥미롭다. 처음에는 오 비슷하네, 역시 이런 테스트는 재미있어, 하고 말았는데 오늘 오후에 문득 또 그 말들이 떠올랐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고 타인에게 선의와 사랑을 가지는 것이 나의 본성이라 하더라. 

  내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다. 오늘은 나도 공격력이 조금 오른 상태라 만나지 않겠느냐는 연락에 (결심한 바대로) 다음에 봐요, 라고 답할 수 있었으나 고작 이 말을 하는데도 아주 오랜 망설임이 필요했다. (심지어 상냥하게 말해버렸다) 순하고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실 그건 아주 바보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어떻게 더?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우주의보라는 재난 알림이 울렸다. 요 몇 주간 이 도시의 날씨는 몹시도 극단적이다. 온화한 날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우선은 가을 방학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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