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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Jun 30. 2024

파리 패션위크 준지 쇼 Junn.J 25SS

파리 팔레 드 도쿄 패션쇼 헬퍼 후기

얼마전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가 있었다.

작년 프랑스 한인 사이트를 통해 겨울 헬퍼 모집에 지원했었는데 이번 여름쇼에서 메일을 다시 받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의 패션쇼다. 모기업이 삼성물산이다.


얼마 전 티모시 살라메가 한국 내한 때 입었던 의상을 만든 브랜드 준지 Junn.J

이 브랜드를 알기 위해 Leclereau 마레 지점에도 방문했으갤러리 같은 매장만 잘 구경하고 왔다.

https://brunch.co.kr/@jungheepyo/278


회사에 가를 냈다. 하필 6월 21일.

팀장은 '음악 축제 때문에 휴가를 내는 거야?'라고 물었다.

빵 터졌다. '설마~~'


쇼 당일 팔레 드 도쿄로 향했다

비도 주르륵 내리는데 패션위크 준비 때문에 사람들이 건물 앞에 많았다. 이날 여러 개의 쇼가 진행됐다.

우리 메이크업을 담당하던 팀이 위층에 다른 쇼 메이크업을 하러 가야 한다며 백스테이지를 나갔다.


완전 검정 옷으로 무장한 헬퍼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 보지만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번 헬퍼 중 지난번 쇼에 참여했던 분이 세 명 있었다.


참여한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했다. 나처럼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 교환학생, 통역가, 워킹홀리, 패션스쿨 학생들도 있었다.

포토 존

다 함께 백스테이지로 입장했다.

문 입구에 정욱진 디자이너님이 서 계셨는데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디자이너님은 "오늘 잘 부탁드려요" 라며 우리에게 인사를 하셨다.

서른 명 정도 되는 한국인 헬퍼들이 모델 한 명씩을 담당했다. 장에서 '아무 의자 앞에 서세요'라는 말을 듣고 나는 여자 모델 자리를 선택했다.


불어를 못하는 러시아 모델이었다. 얼음공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진도 친절히 찍어주고 나에게 땡큐를 몇 십 번 말했다. 목에 파스를 붙이고 와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헬퍼맵

헬퍼의 약속된 업무 시간은 5시간. 모델이 옷을 갈아입는 일을 돕고 쇼를 잘할 수 있도록 구두가 불편한지 선글라스가 잘 맞는지 등을 확인했다.


누군가가 쓴 과거 준지쇼 헬퍼 후기를 보니 옷이 여러 장이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는데 이번엔 딱 두벌만 있어서 바쁘지 않았다.


헬퍼보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정신없이 바빴다.

모델 누가 아프다 그러는데 진통제 가지고 있는 사람 있냐? 모델들 발이 아픈데 밴드 가진 사람은? 안경이 흘러 내린다 테이프 어딨냐? 옷에 붙은 거 잘라야 하니 가위는? 직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분주했다.


러시아 모델 데리아
Fashion network 기자들

쇼 다음날, 패션네트워크 뉴스레터 메일에 준지쇼 사진을 보고서야 "아~ 그 사진기자였구나"  알았다.

참고로 우리 회사 동료들도 이 사이트 메일을 통해 준지쇼 영상을 봤다고 한다.

리허설
한국 모델분들도 봄

이곳에서 아시아 모델 스타상을 받은 박태민 모델도 봤다. 이 분이 루이뷔통 모델인지도 모르고 "우리 딸이 얼마 전에 루이뷔통 키즈 모델 오디션 봤어요"라고 말했다.

왜 또 그런 주책을 부렸을까...

유명한 분 못 알아봐서 죄송.

 검 중이신 정욱준 디자이너님.


준지 SS 25   쇼

https://youtu.be/vSPrkDSM1xY?feature=shared


쇼 의상

헬퍼들이 "샤이니 키 왔다는데 보셨어요?"라고 묻는다.

인터넷을 통해서 봤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쇼를 마치며. 몇 달 고생한 직원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메이크업팀 철수 우리도 의상 마무리

현장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메이크업 부스쪽에 샐러드와 끼쉬, 커피와 따뜻한 차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쪽에서 일한 헬퍼들은 중건 중간 점심식사를 해결했다고 한다.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백스테이지를 나왔다


현장을 떠나시려는 디자이너님과 기념촬영.

바쁘신데 감사.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여러 한국 디자이너가 있는데 이렇게 한국인 헬퍼들이 참여하는 쇼는 이곳 밖에 없는 것 같다.

문을 지키던 빨레 드 도쿄 경비 여자분은 "왜 헬퍼를 한국인만 써?"라고 물었다.

"여기 글씨 봐. 한국어로 쓰여있잖아. 커뮤니케이션 잘하려고 그런 거지"

그리고 속으로 덧붙였다.

"한국인이 프랑스인들보다 꼼꼼히 성실하게 일을 잘 한단

다"


실제로 우리는 내 모델뿐만 아니라 옆 모델도 서로 지켜보며 서로서로 도왔다. 한국인의 눈치는 큰 장점이다.


패션쇼 후,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 '준지' 아냐고 물어봤다. 신기하게 "당연히 알지, 옷도 여러 벌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준지하면 내뱉는 단어는 공통되게 '오버 사이즈'였다.

한 동료와 한국 브랜드 이야기를 하는데 오히려 나한테 브랜드를 알려주기까지 했다.


다들 어떻게 준지 패션쇼장에서 일하게 됐다고 신기해한다. 이번 알바를 통해 나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한국 브랜드가 더 널리 알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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