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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감 Aug 24. 2019

매향리와 지역 이기주의

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 이야기 – 지역

 찾아가는 영화관은 전국의 영화관이 없거나,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취지에 더 좋은 건 무료로 국가에서 서비스하는 행사입니다. 

  1년 평균 42,000km. 이제는 안 가본 지역보다 가본 지역이 더 많습니다. 이렇게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먹고, 보고, 느낀 여러 가지 점을 공유하려 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아, 제 이름이 ‘이용감’이라 Brave Yi입니다.


 찾아가는 영화관 주된 상영 장소 중 하나가 농협 건물입니다. 농협중앙회와 협약으로 1년에 100개 정도 농협을 선정하고, 60번 이상 행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농협은 읍에 위치합니다. 읍, 면, 리 할 때의 읍입니다. 지방에서 읍은 생활, 문화 중심지입니다. 군청 소재지 지역에서의 읍은 완연한 중심입니다. 읍에는 보건소가 있고, 농협 본점이 있습니다. 보건소, 농협이 있으면 지역 중심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요즘은 한 가지가 더 추가됩니다. 모두가 알 법한 브랜드 편의점(CU 등)이 있는 곳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읍을 돌아다니면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무엇인지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은 분뇨형 축사(돼지 농장)를 쫓아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동네는 KTX 정차역을 세워달라며 현수막을 내걸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상 갈등은 존재합니다. 지방만이 아닙니다. 당장 주말에 광화문 광장에 나가보시면 압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갈등 지역은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화성시 매향리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화성시’를 <살인의 추억>으로 기억합니다. 화성에 일하러 간 친구가 처음 직장 상사를 만났을 때, 친구에게 살인 사건은 없다고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화성시에는 독특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농섬이 있는 매향리입니다. 

안개가 짙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매향리가 독특한 이유는 역사 때문입니다. 매향리에서 물이 빠지면 걸어갈 수 있는 농섬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최근까지 미군 전투기 사격훈련장이 있던 곳입니다. 

 가까이는 군산 멀게는 일본 오키나와와 하와이에서 출격한 미군 군용기는 밤섬에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거의 반백 년이 넘는 세월을 훈련하는 동안 농섬 근처 매향리 주민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매향리 스튜디오 작가에 따르면, 폭탄 투하 훈련 때문에 매향리 주민들이 난청 현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아침, 저녁을 가리지 않은 폭탄 투하 소리에 놀란 주민들 불면증도 심하다고 하고요. 

 50년 이상을 겪어온 피해는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됩니다. 훈련장이 철수되고, 환경단체와 예술가들이 농섬 녹화 작업을 진행했었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포탄을 쓸어모으고, 나무를 심었습니다. 현재는 농섬 부근에 양식장이 있을 정도로, 환경 복구가 됐습니다. 


농섬이 보이는 매향리 스튜디오. 원래 교회 건물을 예술가들이 스튜디오로 바꿨습니다. 


 예술가들이 건너간 만큼 농섬에 떨어진 포탄을 끌어모아 작은 박물관도 만들었습니다. 매향리 평화 박물관은 농섬에서 수거한 포탄을 전시해둔 박물관입니다. 사진 속 햄처럼 보이는 물체가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포탄입니다. 처음 영화 상영하러 제가 갔을 때도 저게 뭔가, 싶었을 정도로 특이했습니다.

 또한 매향리에 있는 교회를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했습니다. 영화 상영도 스튜디오에 있는 작가가 신청해서 갔습니다. 참, 그 때 상영했던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이었습니다. 

 분단과 연관이 되기도 하고, 얼마 전 자료원에서 복원한 영화가 <짝코>였기에 영화를 신청한 작가에게 다음에는 영화 <짝코>를 신청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자료원 상부에는 분단의 아픔을 다룬 영화 <짝코> 특별 상영을 매향리에서 하면 어떨까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매향리 평화 박물관. 농섬 내 일부 포탄이었을 텐데 저 정도면... 

 훈련장이 사라지고, 이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할 때쯤 화성시에는 또 하나의 사건이 생깁니다. 2020년 예정된 수원 군 공항 이전입니다. 심지어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떠오른 지역은 매향리 근처입니다. 

 아픔이 있는 만큼 화성시에서는 결사적으로 반대합니다. 반대로 수원시에서도 현재 군 공항 위치가 도심 중앙부에 있다 보니 안전, 소음 등이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국회, 시민 단체 등에서는 군 공항을 축소하거나 오산 미군 기지와 연계해 사용하자는 등의 대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 공항 이전 문제 때문에 수원 – 화성 두 지자체만 아니라 당장 주민들도 고성이 오가고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화성시에서는 절대 반대를 천명하며, 매향리에서 ‘평화’ 행사를 진행합니다. 수원시에서도 2015, 2016년에 있었던 비행 사고 때문에 주민 불안이 극에 달했다 합니다.      

 외부인으로서 어느 한 편을 들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수원 – 화성 두 선택지만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으니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단순히 군 공항이 혐오 시설이라,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지자체에서 반대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미 역사적 아픔을 겪은 지역에 또 한 번 군 공항을 유치하라는 강요는 옳지 않습니다, 인구가 적어 민원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개발 이익을 공유할 테니 군 공항을 받으라는 유혹은 굉장히 잘못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마이클 샌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스위스 핵폐기장 유치 사례가 나옵니다. 인구가 별로 없는 지역에 핵폐기장 시설을 설치하려 했을 때, 처음에는 주민들이 선선히 동의했답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현금으로 내세우자 주민들이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시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무에서 시작한 일이 현금을 받으며 뇌물로 바뀌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결과는 책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조사한 사회과학자들에 따르면, 마을주민 스스로가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와 더불어 각종 공공재(공원, 소방서 등) 지급을 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브루노 오베이, 프레이 홀저기의 논문). 


(중부 일보, 2017. 12월 5일 기사. 수원화성 군 공항 이전사업)

(기사 링크 :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mod=news&act=articleView&idxno=1212029)


 위 관점에서 보면 위 링크의 군 공항 담당자의 사설은 정말 별로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글을 작성했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해명, 아니 변명입니다. 

 제가 앞서 설명했듯 강요와 유혹은 사람을 설득하지 못합니다. 주민들에게 군 공항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입지 선정 이유를 공개해야 합니다. 화성이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면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비행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1년, 2년이 걸려도 50년을 거주하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의 시간보다는 짧습니다. 
  하물며 50년 이상을 폭격 속에 살며 난청을 앓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 근처에 다시 군 공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른 곳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기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7km 밖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정확한 정보라고요? 너희(주민)가 잘못된 정보로 겁을 먹고 있으니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게,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태도로는 누구도 설득하지 못합니다. 

 이런 태도는 행정 공문상에 많이 나오는 단어인 ‘통보’라고 합니다. 


 좋은 방안으로 갈등이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방안이 나오기까지 올바른 과정을 거치고, 다양한 의견 수렴 후 결과를 도출하길 바랍니다. 

 적어도 군 공항 이전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50년 고통을 겪은 지역임에도 저 지역이 최선의 지역이라면 주민들에게 밀실에서 정한 결과를 통지하고, 강압적으로 공고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공청회 등으로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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