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사장 Oct 03. 2018

방황하다 어느새 서른이 되었습니다.

 IT취업을 준비하는 무스펙의 늦깎이 취업 준비생의 걱정.

몇 년 전 저 멀리 남녘에서부터 봄꽃 소식이 들려오던 4월이었습니다. 늘 확인하던 메일함에 낯선 메일이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아마도 제가 온라인 멘토링을 접하고 처음 받아본 누군가에서 날라온 고민 꾸러미 하나 였습니다.


자신을 당시 30살의 IT취업 남자 준비생이라고 밝힌 이 친구는 대학생 이전에는 아버지 따라 IT 전시장도 다녀보고 혼자 홈페이지도 만들어 보는 등 남들 보다는 IT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교에 입학 한 이후로는 방황을 시작하였지만 방황을 끝내지 못하고 어찌어찌 졸업을 하게 되었고, 졸업하고 마주한 자신에게는 지방 국립대 졸업증과 3점 초반의 학점, 그리고 자기소개서에서 공백으로 남겨둔 대외활동 경험들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친구는 그러한 그의 현실에 마주하고는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여 겨우 토익 8백 중반의 점수가 유일한 스펙이자 결과라고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정도면 공대생 토익 점수로는 훌륭한 거 아닌가요??)


하지만 저런 스펙으로는 그 어느 곳에 이력서를 넣어도 서류조차 합격이 안된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생 때 더 열심히 살걸!' 하고 후회도 했지만, 후회는 후회일 뿐 서른살이 되어버린 그때까지 졸업 이후 쭉 방황 중 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취업을 하고자 하기에 늦은 시점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늦깍이 취업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저에게 조심스럽게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고민을 접하고 문득 '나는 어땠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그나마(?) 서울 하위권인 한 대학교에 가까스로 입학을 했었지만, 저 역시 대학교 생활 8학기 내내 갈등과 방황을 계속 반복했었습니다. 물론 지금과 그때는 대학의 분위기가 달랐겠지만 저도 사실 졸업할 때는 그냥 적당하게 나쁘지 않은 학점과 토익 750점 정도..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27살에 차가운 사회에 던져졌고 저에게 들려 있었던 것은 4학년 2학기 내내 제출했던 수십 개의 입사지원서는 전부 '실패'라는 도장이 찍힌 채 다시 되돌아와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제가 규모가 크지 않은 벤처기업에 입사했을 때 저와 같이 입사한 동기 2명은 28살, 29살이었습니다. 다들 26,27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난 끝에 처음 취업했을 때 나이가 벌써 곧 30이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제가 그 이후에 한번 더 회사를 옮겨 대기업에서 프로젝트 현장에 나가 만난 협력회사 신입사원은 30살, 31살이었죠. 그 신입사원은 나이를 듣고 놀라하던 저에게 요즘 평균이 30이라고 하더군요. 취업이 어려워지니까 취업을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듯 실무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신입사원으로서 30살이라는 나이는 과거에는 많은 나이에 속할수도 있었겠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또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30살의 사회 초년생은 일상 다반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입니다. 특히 국내 IT업계의 경우 IT업계가 가진 특수한 점 들로 인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창업이나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 적성이 맞지 않아 IT업계로 전향하신 분들도 많은편이고 반대로 고졸로 일을 하시다가 늦깍이 대학생으로 기본기를 닦고 늦게 신입사원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입사원으로서 30살은 이젠 평균인 시대라고 봐도 될거 같습니다.


물론 산업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IT라는 분야는 각자의 실력이 거의 모든것을 대변해주는 경우가 많아 나이의 젊고 높음은 일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닌데다, IT라는 분야의 특성상 수평적인 분위기의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나이의 고하를 따지지 않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나이가 많다는 것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나 업계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제가 온/오프라인 멘토링을 통해 듣는 고민 중 상위권에는 '나이' 가 있는만큼 이곳을 빌어 너무 걱정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나이'가 가져오는 대부분의 고민은 나이가 많은 신입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 자기보다 어린 선배나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아야 하고, 때로는 부당하다 싶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받을 스트레스를 미리 생각하니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지금은 이렇게 말하잖아요~  "취업만 시켜주면 무슨 일 이든 열심히 하겠다". 


네!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면서 일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며, 열심히 일을 할 것인가 아닌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