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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 May 25. 2018

기업의 CEO [09. 현대건설 : 정주영]

한 겨울에 푸른 잔디를 심은 CEO

  1950년 한국전쟁으로 서울이 인민군에게 점령당하자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을 떠났다. 그러나 전쟁도 사업에 대한 그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미군의 통역장교가 된 동생 정인영으로부터 미군이 공사를 맡아줄 국내의 건설회사를 찾는 다는 것을 전해들은 그는 곧바로 건설회사를 설립했고, 미군이 발주한 여러 공사들을 수주함으로써 사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다.

  1952년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아이젠하워는 한국 방문을 결정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은 대통령의 방문을 책임지게 된 미군 관계자들의 속을 타게 했다. 전쟁으로 대다수의 건물들이 파괴되어 대통령이 묵을 만한 숙소가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운현궁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기로 하였는데, 이 마저도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장실과 난방시설을 새로 설치해야만 했다. 

  미군은 운현궁의 공사를 맡아줄 건설회사를 찾았으나 대다수의 건설회사들은 난색을 표하며 이를 거절했다. 전쟁 통이라 관련 설비들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방문이 15일 뒤로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15일 안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사를 맡겠다고 나선 건설사는 정주영 회장이 이끄는 현대건설이 유일했다.

  몇몇 사람들은 공사기간이 촉박한 공사를 맡아 손해를 보게 생겼다며 그를 비웃었지만, 정주영 전 회장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공사를 그것도 약속된 날짜보다 사흘이나 앞당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피난으로 비어있는 고물상과 빈집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관련 설비를 구하고, 밤낮을 매달린 끝에 공사를 끝마친 것이다. 이 공사로 인해 현대건설은 큰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미군으로부터 약속된 기일을 지키는 건설사라는 명성도 얻게 되었다.

  대통령의 숙소문제가 해결되자 미군은 또 다른 공사를 현대건설에 부탁했다. 대통령의 방문이 예정된 UN군 묘지에 푸른 잔디를 심어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당시 UN군 묘지는 전시상황이라 묘지를 돌 볼 경황이 없어 흙바닥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미군은 황량한 느낌이 드는 묘지를 대통령이 방문하기 전에 정비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방문하기로 한 계절은 한 겨울이었다. 다른 나라라면 모르겠지만, 한국의 여건상 추운 겨울 날씨에 푸른색 잔디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때 정주영 전 회장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그것은 푸른 보리싹을 잔디 대신 심는 것이었다. 그는 30여대의 트럭을 동원해 보리밭의 보리싹을 UN군 묘지에 심었고, 보리싹 덕분에 UN군 묘지는 한 겨울에도 푸른색을 띠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또 한 번 이뤄낸 것이다. 미군들은 정주영 전 회장의 아이디어에 감탄했고, 이 사건 이후 미군은 공사를 발주할 일이 있을 때마다 현대건설을 찾았다. 덕분에 현대건설은 한국전쟁이라는 시련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공사를 도맡음으로써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참고 도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2001), 정주영 저, 제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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