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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피스토 Feb 02. 2023

피면서 지는

피면서 지는          

-신 주 현


저수지 방죽 따라 걷는데 

아이놈 하나

천 원 하며 내게 응달진 목소리를 던졌다

십만 원은 있는데 천 원은 없네 농치자 

씨발 하며 아이놈은 앞지른다     


등 진 햇빛에 아이의 푸른색 점퍼는 눈부셨다

목련은 피면서 지는 꽃이라고 

저런 몹쓸 놈 하며 불편한 심기 내뱉으려니

무슨 가당찮은 생의 역습이 입을 틀어막는다     


물의 주름 한 편 한 편을

흘러보겠다는 저수지 둑방에

잠시 내 마음의 돌팔매로 원을 그리는 물가에서

아이놈의 뜀박질이 겹쳐 저문다

한 발만 딛고선 소금쟁이처럼  

위태위태하게 피면서 지는 너를 또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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