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one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두 번째, 이탈리아의 로마.
로마의 첫인상은 나에게 아주 좋지 않았고, 덥고 힘든 나라였는데 왜 다시 로마를 선택했었는지 아직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로 만난 로마는 생기 있고, 햇살이 따뜻하고, 그 사이에 바람이 불고, 곳곳에 보물이 가득한 도시였다. 첫 번째 여행 때와는 달리 대중교통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고 계속 걸어 다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7월의 뜨거운 로마가 아닌 2월 말의 로마이기도 했고. 유럽 곳곳의 나라가 바캉스를 맞은 시즌이었기에 어디를 가든 관광객으로 붐비는 2월이었지만 걷고, 또 걷는 재미가 있었다. 가던 길이 익숙해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을 외울 때쯤에는 자신감마저 생겼다.
점심에는 문을 열지 않고 16:30에 문을 여는 Nerone는 눈이 번쩍 뜨이는 까르보나라를 맛보게 해 준 식당이다.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예전에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파스타를 먹지 않았다. 티본스테이크에 눈길이 팔려 파스타는 역시 한국이라며, 의미도 없는 소리를 했다. 이 식당을 가기 전, 현지인들이 간다는 맛집인 식당에 가서 우리가 아는 크림소스가 덮인 까르보나라가 아닌 익히지 않은 계란을 넣어 만든 까르보나라를 먹고 눈의 뜨인 뒤라,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다-현지인이 방문한다는 식당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면 서버와 주인 모두 무시하며, 팁을 강요하는 식당이었다. 어눌한 이탈리아어로 메뉴를 주문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면으로 만든 까르보나라를 기다렸다.
파스타는 펜네보다는 좀 더 두꺼운 면으로 만들어져 소스가 듬뿍 묻어났다. 건조된 면이 아닌 생면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풍미가 엄청났다. 함께 주문했던 닭가슴살로 만든 메뉴는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고 맛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이 까르보나라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계란의 고소함과 치즈, 베이컨의 짭조름함, 후추의 맛이 함께 어우러져서 역시 계란의 맛이 있는 파스타면과 함께 입 안에서 축제를 벌였다.
나는 여행이 계속될수록,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나에게 솔직해졌다. 꾸며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나가지 못했던 아침시간을 나에게 쓰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고 후다닥 눈곱을 뗀 뒤 숙소의 주인과 함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먹었고, 꾸민 내 사진이 아니라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화창한 햇살이 들어오는 사진도 여전히 찍었지만 어두운 화면이 있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
Nerone
주소: Via del Viminale, 7A, 00184 Roma RM,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