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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Jul 28. 2020

큐브 스테이크와 플레이크 소금

Cerveseria Vaso de Oro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그 첫 번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Barcelona, Spain











바르셀로네타 해변 주변에 위치한 조그만 식당. 

바가 있고, 작은 테이블과 앉기 힘든 높은 의자들이 있다. 

메뉴는 아주 심플하다. 작은 나무판에 꽂힌 두장의 갈색 종이에 쓰인 것이 전부다. 


두 번의 바르셀로나 여행 동안 합쳐서 6번 정도 이곳에 갔다. 가서 먹은 메뉴는 항상 똑같았다. 

큐브 스테이크. 때로는 구운 할라피뇨를 곁들여서. 


메뉴를 시키면, 식전 빵으로 바게트처럼 생겼지만 바게트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빵을 준다. 큐브 스테이크는 정말 투박하고 무늬 없는 하얀 접시에 플레이크 소금이 뿌려져서 나온다. 구운 할라피뇨를 함께 시켰다면 그것과 함께. 


특별할 것 하나 없는데 이곳에 왜 그렇게 자주 갔는지 생각해보면

먼저, 식당의 분위기. 

비좁은 식당 안에 꽉 들어찬 싱싱한 분위기가 좋았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직원들이 크게 소리를 주고받으며 주문을 전달하고, 큰 목소리로 메뉴를 외치며 음식을 전달해 준다.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창문과 나무로 된 식탁들도 잘 어울렸다. 3년 전에 갔을 때보다 1년 전에 갔을 때,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늘어난 것이 보였으나 그래도 여전히, 단골손님들과 수다를 떨며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직원들의 나이가 중년에 가까워서, 단골손님들의 나이대도 그 정도로 보였는데, 그들 사이에 우러 져 나오는 친근함이 식당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리고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맛있는 음식. 

잘 잘린 소고기 스테이크와 갈린 플레이크 소금, 구운 할라피뇨가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단순함이 주는 안정감과 풍요로운 맛이 즐거웠다. 콜라를 시키면, 작은 콜라병과 레몬과 얼음이 가득 담긴 컵을 주는데 고기를 먹다가 콜라를 한입 먹었을 때 입안 가득 느껴지는 톡톡 터지는 시원함은 평소에 콜라를 먹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시원함이다. 친구는 맥주를 시켰는데 통이 좁고 기다랗게 생긴 작은 맥주잔에 맥주를 주었다. 투박하고 대충대충 하는 듯한 편안한 멋이 이 식당의 두 번째 매력이다. 













Cerveseria Vaso de Oro

주소: Carrer de Balboa, 6, 08003 Barcelona,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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