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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Jul 29. 2020

쌀국수와 봄과 여름-롤

Quán ăn ngon Thia Go Danang-style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세 번째, 베트남 다낭.

Danang, Vietnam











해외에서 처음으로 새해를 맞았던 해. 2019년의 시작. 내가 만났던 다낭은 뜨겁고, 시원하고, 습한 바람이 불고, 많은 사람들이 들끓던 도시였다. 처음 만났던 베트남에서 나는 '하루에 세 끼 모두 베트남식으로 먹을 수 있다'며 호기롭게 베트남 음식을 섭렵하고 다녔다. 함께 떠났던 동생과 사촌은 세 끼 모두를 베트남식으로 먹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질색했지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베트남 음식들은 여전힌 나에게 매력적이다. 한국에서만 먹어봤던 베트남 쌀국수, 분짜, 스프링롤들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과 TV 프로그램에서 접했던 반쎄오를 먹을 생각에 열성적으로 구글 맵에 별표를 찍고 다녔다. 


원래 알고 있던 이름, Thien Ly

다낭에서 유명한 식당은 여러 군데가 있다. 한국인이 주로 많이 간다는 Ẩm Thực Xèo도 정말 맛있었지만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구석진 곳에, 푸른 식기들과 자그마한 나무 의자에 앉아 먹을 수 있는 한 식당을 소개하고 싶다. 퍼붓는 비를 뚫고 찾아간 이 식당의 이름은 '티엔리'였다. 그런데 지금 구글 핀을 찾아보니 이름이 바뀌었는지, 'Quán ăn ngon Thia Go Danang-style'라고 나온다. 









튀겨서 먹는 스프링롤, 차갑게 먹는 써머롤, 쌀국수, 반쎄오 등 푸짐하게 시켜도 다른 식당에 비해 저렴하고 무엇보다 실내인 듯 실외인듯한 분위기도 매력적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먹었던 이 음식들은 몸이 젖어서 식당에 도착했던 찝찝했던 몸과 마음을 모두 씻어주었다. 타닥타닥, 투두두둑, 쾅쾅, 다양한 소리로 내리는 빗소리를 한 줌 내 귀에 담고 국수 한 입을 먹고, 차가운 써머롤을 짭조름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빗소리가 음악이 되었다. 




다낭은 오토바이 소리와 경적소리로 가득 찼지만 둘러보면 채도 낮은 민트색, 보라색, 연노란색, 살구색 등 예쁜 빛깔의 건물들로 가득했고 전깃줄마저 미학적으로 느껴졌다. 이토록 풍경이 마음에 드는 도시는 오랜만이었다. 떠났다는 것에서 오는 낯섦 때문이었을까, 나를 둘러싼 모든 배경들이 시끄러웠지만 아름다웠다. 우리 셋은 새 출발을 앞두고 있었고, 그래서 어려웠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풍경들과 음식들이 우리를 잠깐 다른 지점으로 데려다주었다. 



강렬했던 소리들 때문일까, 약간은 지저분한 거리들 때문일까, 사촌과 동생은 이제 베트남은 한 번 더 안 가도 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나는 아직도 베트남에 가고 싶다. 



Quán ăn ngon Thia Go Danang-style

주소: 37 Ba Đình, Thạch Thang, Hải Châu, Đà Nẵng 551300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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