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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08. 2020

달큼한 머랭 과자

Aux Merveilleux De Fred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일곱 번째, 프랑스 리옹.

Lyon, France

리옹은 내게 그리운 리옹이다. 애증의 도시이기도 하고, 한없이 그리운 도시이기도 하다. 

곳곳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그리워한다.

그 시간들을, 어쩌면 그때의 나를,


내가 사랑했던 리옹의 벽들


처음 리옹에 와서 먹었던 것은 베트남 쌀국수와 머랭 과자였다-프랑스의 쌀국수는 정말 맛있다, 베트남에서 먹었던 쌀국수보다 프랑스에서 먹었던 쌀국수가 더 기억에 남을 정도다. 이 이후로 외식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달콤한 것들은 자주 사 먹었다. 주로 초콜릿이나 과자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머랭 과자도 있었다. 

얇고 바삭거리는 것들이 겉에 묻어있고, 보송하고 달콤한 머랭이 있고, 그 안에는 각기 다른 크림이 들어있는 이 과자는 2초 동안 누릴 수 있는 작은 천국이다. 아주 작고 소중한 쾌락을 즉각적으로 가져다주는 맛이다. 서로 다른 질감들이 만나 입 안에서 스르르 녹아내린다. 기억하기로는, 과자의 이름도 'L'incroyable' 이런 식의 이름이었다-Incredible의 의미다. 이름값 제대로 한다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는 맛. 


그런데 이상하게 도시에 적응하기 전에 먹었던 것을 나중에 도시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먹었는데 왠지 모르게 덜 달콤했다. 멋모를 때의 맛이 훨씬 더 달콤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Je voudrais...'를 처음 사용했을 때의 기분이 더 달콤했다. 익숙해질수록 나는 차별을 보았고, 당했고, 그러면서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미워졌다. 그리고 가뭄에 콩 나듯 좋은 사람을 만날 때면 잠깐 도시의 벽들이 아름다웠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났다가 오는 길에는 하늘도 파랗고 아름다웠다. 



리옹은 나에게 맵고, 쓰고, 달콤한 기억의 도시다. 그래서 나는 리옹을 미워하면서 그리워한다. 

Parc de la Tête d'Or




Aux Merveilleux De Fred

주소: 32 Rue Grenette, 69002 Lyon,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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