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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04. 2020

소고기 샌드위치와 새큼한 커피

La Fettunta, Ditta Artigianale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여섯 번째, 이탈리아 피렌체.

Florence, Italy

왜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세계 음식점 탐방기가 무슨 소용일까. 혹자는 우리가 마스크 없이 여행을 하게 되려면 2024년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른다. 우리가 정말 그 시간까지 코로나 이전의 때처럼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없는지는. 그렇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희망을 꿈꿀 수 있다. 당장 우리의 현실과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의 이해되지 않는 현실을 사랑으로 껴안을 힘이 우리에게 있다. 그것을 함께하는 이가 우리에게 있다. 나는 희망을 꿈꾸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쓴다. 




우피치 갤러리에서

피렌체는 작은 도시였다. 걸어서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하루 이틀 정도만에 지나다니는 거리가 익숙해져 버리는 그런 도시였다. 자주 걸으면 길을 외울 정도로 걷는 동선이 겹쳤다. 피렌체를 선택한 이유는 우피치 미술관과 다비드 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있는 작은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식당 옆, 줄을 지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샌드위치 가게에 발걸음을 옮기곤 하지만 나는 진정한 숨은 보물은 그 옆, 'La Fettunta라 페툰타'라고 말할 것이다. 이 조그만 가게는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라 앉아서 먹을 자리도 굉장히 적다. 거의 없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정도다. 샌드위치 집 옆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같은 이들이 하는 식당이 있지만 메뉴가 샌드위치가 아니라서 헷갈려 들어가면 도로 나와야 한다. 

La Fettunta

먹었던 메뉴의 이름은 '브린델로네'인데, 소고기가 들어가는 밀도가 높은 샌드위치다. 소고기와 루꼴라, 치즈와 구운 야채들이 들어가는데 원하는 것을 추가로 넣어달라 요청하거나 빼 달라고 요청해도 된다. 


브린델로네

육즙이 어찌나 풍부한지 먹을 때마다 밑으로 빠져나올 정도였다. 재료가 풍부하게 들어가서 본연의 맛들이 살아있는 것이 강점인 샌드위치였다. 크기도 매우 커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머물면서 세 번을 가서 같은 메뉴를 시켜먹었다. 루꼴라를 빼고도 먹어보았는데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함께 먹는 것을 더 추천한다. 스모크드 치즈도 있어 도전해봤지만 나는 스모크드 치즈가 아닌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먹는 것이 더 좋았다. 다른 재료의 맛과 풍부하게 어울리는 것이 모짜렐라 치즈였다. 



아르노 강을 바라보며 브린델로네를 마음껏 음미하고, 커피를 먹기 위해 바리스타 챔피언이 한다는 카페를 찾아갔다. 베키오 다리를 천천히 건너, 찾아간 곳이 바로 Ditta Artigianale.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는 음식인 커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개인 카페에서는 커피 한 잔은 평균적으로 5000원에서 비싸면 6000원에 임박한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카페에 들어가 앉아 마시는 커피는 3유로 내외다. 앉아서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면 조금 더 가격이 비쌀 수 있다. 로마에서 숙소 사장님이 매일 아침 커피를 사준 곳도, 카푸치노 한 잔에 1.5유로였다. 모든 사람들이 잠깐 앉아 카페 사장과 아침 안부를 나누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커피 가격이 1.5유로, 1유로다 보니-2유로까지 동전을 쓰는 유럽이기에- 동전의 짤그락 소리도 카페에서 정겹게 나는 소리 중 하나였다. 


Ditta Artigianale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 자리에 앉았다. 가격은 2유로. 새큼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 가득 들어왔다. 커피를 즐기지만 커피를 먹자마자 음, 이건 어느 나라 원두를 썼다거나, 원두의 산미나, 산패도를 논할 만큼의 전문성은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맛본다면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나의 취향에 기인해 말하자면 정말 맛있었다. 게거품도 없고, 거품의 정도도 적당하고, 시어서 좋았다. 





여행을 다니며 계속 고집스럽게 공책을 들고 다녔다. 많은 것을 쓰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수필인지 산문인지 형태를 가리지 않고 그냥 내 것들을 썼다. 때로는 아주 마음에 드는 글을 써내려 갈 때도 있었고 그럴 때면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늘 쓰는 글은 이 노래를 들으며 썼다. "Hope Never Fades". 

https://www.youtube.com/watch?v=sosX7ZN7VEA



La Fettunta
주소: Via dei Neri, 72r, 50122 Firenze FI, 이탈리아
Ditta Artigianale

주소: Via dello Sprone, 5/R, 50121 Firenze FI,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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