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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01. 2020

살라미와 캐러멜라이즈 사과소스를 곁들인 닭고기 스테이크

Altes Gasthaus Leve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다섯 번째, 독일 뮌스터. 

Munster, Germany

뮌스터라는 도시가 있다. 크지 않은 규모의 도시이고, 이곳에 뭐 그리 특별할 것이 있나 싶지만 10년에 한 번씩 이곳은 조각들과 프로젝트로 가득 찬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리플릿

'7'의 연도마다 미술계는 큰 축제가 열린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비엔날레,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한 번에 열리는 해가 '7'의 연도기 때문이다. 2017년도 그러했다. 2017년 내가 독일의 뮌스터를 방문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길거리는 황량했으나 곳곳에 숨겨진 조각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뮌스터에서 머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맛있는 식당을 알고 싶어,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에게 현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식당이 어딘지 물었다. 그때 알게 된 식당이 바로 이곳이다. 


식당 안은 매우 붐볐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푸른빛의 색감이 식당을 감싸고 있었다. 눈에 띄게 특이했던 것은 서빙을 해주는 직원들의 나이였다. 하얗게 머리가 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 식당의 서버였다. 

사촌과 함께 자리를 안내받고, 주위를 둘러보며 푸른 분위기가 도는 벽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따뜻하다고 느꼈던 것이 그 이유였을까? 참 매력적인 식당이었는데 iCloud관리를 잘못한 탓에 내 인생의 일정 부분의 기간이 재빠르게 인화를 한 것 외에는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 이 식당에서 찍었던 맛있는 음식들도, 식당의 분위기도 남아있는 곳은 앨범과 마음속뿐이다. 


20대 초반, 여유롭지 않게 여행을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보통 식당에 가서 애피타이저는 시키지 않고 메인만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곳에서 어쩐 일인지 우리는 애피타이저를 시켰다. 그것이 살라미와 치즈였는데, 육포도 먹지 않는 나는 익히지 않은 채 먹는 햄에 대해 거부감이 있던 터였다. 샤퀴트리charcuterie를 거의 처음 접했던 그때 먹은 살라미의 맛은 충격적이었다. 짜고, 아주 짜고, 또 고소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왔다. 짠맛이 입 안을 메울 때 함께 나온 빵을 한 입 먹으면 그렇게 부드럽고 고소할 수가 없었다. 


메인 메뉴로는 슈바인 학센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닭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다. 그것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맛만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소스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고기를 소스와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밑간 한 고기를 소금과 후추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한국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에도 쌈장은 먹지 않는 편이다. 기름장이나 마늘 기름장도 가족들이 워낙 좋아해 자주 만들지만 그것보다는 소금 후추가 좋다.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면 나오는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아무리 맛있어도 고기와 함께 먹으면 왠지 고기 특유의 맛을 가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꺼린다. 그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감자 퓌레와 함께 먹는 것은 좋아한다.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때도 무조건 소금 후추를 준비한다. 그런데 그때 나온 소스는 나의 신념을 깨는 맛이었다. 카라멜라이징 된 사과 소스가 묽게, 닭고기 위에 뿌려져 있었고 고기를 조금씩 잘라 그 소스에 찍어 부드럽게 먹었더니 진득한 단맛이 일품이었다. 슈바인 학센은 다른 곳에서 먹은 것이 훨씬 맛있었고, 이곳에서 먹은 것은 바삭하고 부드러운 흔히 아는 특별할 것 없는 맛이었다. 


비 오는 뮌스터에 다시 한번 가서, 따뜻한 식당에 다시 찾아가 살라미와 닭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날을 여전히 기다린다. 



Altes Gasthaus Leve

주소: Alter Steinweg 37, 48143 Münster,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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