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Café de Turin
미식가는 아니지만 확고한 입맛을 가진, 때로는 괴랄스러운 사람의 여행 <음식점> 탐방기.
여덟 번째, 프랑스 니스.
니스는 할머니의 집으로 기억이 남아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니스에서 머물 숙소를 찾을 때 에어비앤비를 열심히 들여다봤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할머니가 호스트로 계시는 한 집이 있었다. 오랫동안 그 집에서 살아오면서 손수 집을 꾸미셨단다. 코멘트들도 좋았고, 할머니가 자신에 대한 소개를 적어놓으셨는데 그게 내 맘을 움직였다. 니스의 중심부는 아니고, 트램을 타고 종점까지 들어가야 갈 수 있었던 할머니의 집은 골동품 상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니스의 바다에서 조개를 주워와 직접 꾸미신 벽과, 모자이크로 꾸며진 세면대, 집안 곳곳에 붙여진 사진들, 여기저기 즐비하게 널려있는 작은 소품들과 작고 사람 냄새나고, 소품으로 이루어진 듯한 주방. 게스트룸으로 준비해놓으신 방에는 책들과 푸른 커튼, 직접 모으신 장식품들이 가득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얇은 푸른색 커튼이 하늘하늘거리며 내 발을 간지럽혔던 것이 떠오른다.
할머니에게 니스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에 대해 물었다. 할머니는 주저 없이 한 식당을 소개해 주셨다. 해산물 요리를 하는 식당이라고 하며, 지도에 표시를 해 주셨다. 그 날 바로 찾아갔던 식당에서 나는 인생 최고의 해산물 요리를 맛보았다.
나는 평소 생선이나 해산물을 잘 먹지 않는다. 먹어도 건조 오징어나 쥐포 정도고 생선은 급식을 먹지 않은 뒤부터는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이곳에서 먹은 생선요리는 정말 최고였다. 도무지 어떤 소스를 썼는지 예상도 안 가는 완전히 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재료에서는 신선함이 가득 느껴졌고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우러난 듯한 요리였다. 평소에 해 먹는 것이 그저 레시피를 충실히 따른 맛있는 한 끼를 메우기 위한 요리였다면 이건 정말 '요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요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퀴노아인지, 쿠스쿠스인지 모르겠지만 샐러드도 정말 맛있었다. 곁들여진 모든 이색적인 채소들도 완벽했다. 먹으면서 조리 과정이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는(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요리였다. 그러나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었고 내 입에서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흔히 맛볼 수 없는 맛들이었다. 그저 맛있는 뇨끼, 가 아니라 정말 충실히 풍부하게 요리된 뇨끼를 나는 먹고 있었다.
할머니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셨다. 그래도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면 프랑스어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잘 보내다 왔는지를 물어보셨고 나는 떠듬떠듬 대답하곤 했다. 오늘은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땠는지를. 나는 그 시간을 은근히 기다리면서 집에 들어갔다. 자러 들어갈 때는 잘 자라는 말을 잊지 않았고, 자고 일어나 씻지도 않은 채 나는 할머니와 같은 식탁에 앉아 잘 잤냐는 말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 조그만 것들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잘 잤니?", "잘 자렴!", "좋은 하루 보내고 와!", "오늘 하루는 어땠어? 좋은 하루 보냈니?" 이런 것들이 그래, 그리도 위로가 되었다.
할머니, 보고 싶다.
Le Café de Turin
주소: 5 Place Garibaldi, 06300 Nice,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