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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클 Sep 22. 2024

둘째는 안 낳니?

첫째 딸아이가 세상에 나오고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라 생각한다.

주요 질문자 연령대는 50대 이상이며 지역은 경상도였다.

그렇다. 부모님 항렬의 어른들이었다.



1. 나중에 첫째가 너무 외롭지 않겠냐.

2. 아빠에게는 아들 하나는 있어야 좋단다.



우리 부부도 충분히 예상했던 질문들이었다. 

그 말은 즉슨 우리도 충분히 고민했던 주제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딸아이 하나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동생을 극구 거부하는 딸아이의 일관적인 답을 핑계 삼아

우리는 세 가족임을 모든 이에게 천명했다.



1. 나중에 첫째가 외로울 수는 있다. 다만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넓혀주겠다.

2. 나도 아버지의 아들이다. 40년 정도 해보니 나 같은 아들이라면 별로.



그렇게 우리 세 가족 틈사이로 한놈이 끼어들었다.

덕배다.

전에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내 새끼라며 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인간이 강아지를 자식처럼 아낀단 말인가.

다들 결핍의 결과물이라고,

이기적인 인간의 욕심이라고 치부했었다.



그래, 나는 결핍 덩어리였고

이기적인 욕심쟁이였다. 



덕분에 덕배는 내 새끼가 되었고

우리는 네 가족이 되었다. 


< 씻을때는 좀 나가주겠니 ㅅㄲ야 / 물그릇에 발 좀 빼주겠니 ㅅㄲ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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