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일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흘렀다.
작년 이맘때다.
장마가 지나가고 정말 뜨거운 날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집에서 제대로 청소를 해본 적 없던 나였다.
한 손에는 파란 극세사로 된 대걸레와 한 손에는 같은 색의 걸레를 쥐고 있었다.
햇볕은 뜨겁고, 청소 현장은 공기마저 멈춰있는 듯했다.
마음은 항상 급하다. 그래서 그만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남들이 건실한 회사라 보이는 것도 내 눈에는 가시투성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었지만 금세 목이 매였다. 물은 셀프라는데 정작 나는 물을 찾지 않고 가슴팍만 두드리고 있었다. 목 넘김이 참 어려웠다.
조그마한 것들이 쌓이고 쌓였다. 그러다가 막혀버렸다. 기도가 막힌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가 막히게 그럴 때면 귀지청소하는 영상을 턱 하니 올려준다.
이렇게 막힌 내 속도 뻥하고 뚫어주었으면.
오늘도 혼자서 청소일을 한다.
가끔 연장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영락없이 혼자다.
오히려 혼자가 편할 때가 많다. 귀에 낀 이어폰에서는 오디오북이 흘러나온다. 직원이 퇴근 인사를 하려고 오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럴 때면 이어폰의 볼륨을 두 개 정도만 올려본다. 딱 진공청소기 소리도 잘 안 들릴 만큼. 이럴 때는 책을 읽어주는 AI의 목소리도 친숙해진다.
들어가자마자 청소짐을 푼다. 각종 세제와 걸레가 담긴 버켓과 배낭형 청소기가 전부이다. 생각보다 짐이 간단하다. 딱 혼자서 청소할 수 있는 최적의, 최소의 그리고 최대의 짐이다.
짐을 많이 들고 가봤자 혼자서 한 번에 들지 못한다. 한 번에 들지 못한다는 말은 두 번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시간이 돈인데 두 번 움직인다는 말은 시간을 버린다는 셈이다.
시간만큼 아까운 것이 없다.
짐을 풀고 나서 바로 쓰레기통을 비운다. 매일 청소하는 병원에서는 75리터짜리 종량제 봉투가 2개 정도 나온다. 꾹꾹 눌러 담고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배출을 한다. 쓰레기 버리는데만 꼬박 30분이 걸린다. 요리조리 짱구를 굴려봐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지가 않는다.
그냥 부지런히 할 수밖에.
쓰레기통을 먼저 비우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번번이 생긴다. 청소기를 돌리거나 물걸레질을 할 때 쓰레기통이 비워져있지 않으면 동선이 꼬여버린다. 아까 말한 시간이 1.3배로 들어간다. 그러다가 종이 파쇄기의 먼지라도 떨어졌다면, 티슈 조각이 구석으로 들어간다면 또 청소기를 가져와서 빨아들이고 청소를 이어가야 한다. 시간도 아깝거니와 내 감정도 소비되기 시작한다.
흔히 청소를 바꾸어 '정리정돈'이라 말한다.
정리는 무쓸모의 것들을 버리는 행위다. 정돈은 쓸모의 것들을 제자리에 두는 것이다. 쓸모와 무쓸모의 차이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언젠가'라는 말이 붙는다면 보통 쓸모가 없는 것이라 판단한다. 그 이외에는 정리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
자꾸 끌어안고 있어 봐야 내 걸음만 무거워진다.
청소를 하면서 정리를 배운다. 쓸모 무쓸모를 구분하는 연습을 매일 한다.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된다. 막혔던 내 속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내리는 땀과 함께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1년 정도 청소일을 하고 나니 제법 홀가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