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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Jun 07. 2021

방산업체는 망하지 않는다?(1)

방산업체 따라잡기

방산업체는 망하지 않는다    


나는 굳이 K에게 방위산업의 역사까지는 설명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도 방산업체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나도 모르게 장황한 애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방산물자인 무기도 처음엔 군대에서 직접 만들다가 적당한 시점에 방산업체에 넘기는 과정을 밟은 거네요.”

“그렇지요. 군대 본연의 임무는 국토를 방위하는 거니까.”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요, 팀장님. 방산업체는 절대 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차피 정부에서 발주물량이 나오잖아요?”

“기본적으로 그렇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본래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방산업체라 하더라도 퇴출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방산업체로 한 번 지정되었다 하더라도 이게 영구불변의 자격은 아니다. 무기체계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및 엄격한 품질보증(이게 본래 요건이다)이 곤란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방산업체는 지정이 취소된다. 물론 이런 상황이 흔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방산업체의 경영악화나 매각 등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다. 물론 이때도 법적 절차에 따라 산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에 발생한 금호타이어의 방산업체 지정 취소였다. 당시 경영난 누적으로 인해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매각되면서, 軍에 전투기 타이어를 공급해 왔던 금호타이어의 방산업체 자격이 취소된 바가 있다.    


“그래도 방산업체에서 퇴출되지 않으면 망하지는 않잖아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폐지되면서 그런 특혜(?)도 깨져버렸거든요.”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또 뭔가요?”

“쉽게 말해 ‘1무기체계 : 1방산업체’ 원칙이에요. 즉 특정업체에게 특정무기 생산을 전문적으로 맡기는 제도지요. 예를 들어 유도무기는 LIG넥스원, 전차는 현대로템, 군용 차량은 기아(자동차), 항공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우리나라 방위산업 역사에 있어서 전문화·계열화 제도 없이 방산업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만큼 방산업체가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까닭은 낙후된 방위산업을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빨리 성장시키고자 함이었다. 여기에는 크게 4가지 원칙이 있었다.    


-. 1단계 : 무기 품질의 하자나 납기 미충족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최단 기간 방지한다.

-. 2단계 : 따라서 무기별로 방산업체를 특화시켜 전문성을 강화한다.

-. 3단계 : 이를 위해 한 업체에게 특정 제작 권한을 부여하고 적정 이윤을 보장해 준다.

-. 4단계 : 또 빠듯한 정부예산을 위해 중복투자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전문화·계열화 제도와 같은 유사한 제도는 당시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법에 명문화해 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무튼 이처럼 법적 장치를 통해 방산업체로 지정된 기업은 장기간 특정 무기분야 개발과 생산을 담당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기술개발의 전문성을 축척해 나갈 수 있었다. 현재 주요 방산업체로 지정되어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당시 이런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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