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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Jan 09. 2022

아담의 얼굴, 이브의 얼굴

관상과 인상

아담의 얼굴, 이브의 얼굴     


대체로 남자와 여자의 얼굴 구분은 얼굴형과 이목구비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턱이 넓고 코가 크다. 눈썹 부위도 더 돌출돼 있다. 즉 이목구비가 여자보다 울퉁불퉁한 편이다. 남자의 큰 턱이나 두툼한 눈썹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반면 여자는 남자와 달리 이마가 넓고 눈이 큰 경향이 있다.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도 더 멀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의 이런 얼굴 특징이 아기의 얼굴형에 가깝다는 것이다. 흔히 동안의 상징이라고 하는 넓은 이마와 큰 눈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두드러지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여자가 더 부드럽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를 상징하는 직선이 반드시 억세고 거친 것만은 아니다. 직선을 대표하는 네모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네모는 어디에 내팽개쳐도 느긋하게 앉아 있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고 말하지만, 남자의 마음에는 비슷한 표현이 따로 없다. 아무튼, 사각형 모양은 '반석', '대들보', '밑받침' 등의 여러 가지 안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한, 네모 위로는 많은 것을 쌓고 올려놓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말없이 묵묵히 버티는 희생과 헌신의 캐릭터로 볼 수도 있다.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여자의 얼굴은 동그라미 이미지에 가깝군요.”

“그렇지요. 반면에 남자의 얼굴은 직선의 느낌이 강하고요.”

“아~, 그래서 남자들이 딱딱하고 경직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군요.”

“상대적으로 그렇다고 봐야지요. 우선 원형은 여러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어요. 부드러움, 온화함, 포근함, 따스함 등을 느낄 수가 있어요. 실제로 낯선 장소에서 길을 물어볼 때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이 둥근 사람을 우선 찾게 되거든요. ”

“둥근 얼굴에 경계심이 사라지고 친근감을 느끼게 돼서, 먼저 다가가는 거군요.”

“맞아요. 경계심으로 따지면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아요. 그래서 친화성과는 거리가 멀지요. 이것은 원시시대 사냥터에서 일정한 거리를 상대에게 허용하지 않는 경계본능이 그대로 유전자에 남아 있는 거예요. 들판에서 마주하는 타인의 정체를 모르니까 먼저 의심하는 거예요. 일종의 생존본능이지요.”

“여자는요?”

“원시시대에 여자가 사냥터에 나서는 일은 드물잖아요. 집이라는 안식처에서, 출산과 육아에 집중했겠지요. 그래서 타인을 맞닥뜨릴 일도 거의 없고요. 이런 패턴이 자신을 우선하는 방어적 자세로 발전했지요. 남자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이었고요.”     


예를 들어 남자의 코가 여성보다 더 큰 이유를 사냥에서 찾기도 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매일 사냥터를 질주하는 남성에게, 여성보다는 더 많은 산소 요구량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남녀의 운명(?)에 관한 구절은 성서에도 나와 있다.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창세기 3장 17~19절)』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창세기 3장 16절)』     



그래서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관상(책)에서 여자가 남자의 얼굴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 팔자가 쎄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한국적 유교 사상(여성의 바깥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밑바닥에 강하게 깔려있는데, 일부 책에서는 거의 저주와 증오에 가까운 풀이가 붙기도 한다. 이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적절치가 않다.      


“교수님! 갑자기 생각났는데, 그렇다면 남자가 여자의 얼굴형이면 어떻게 되나요?”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좋게 해석될 리는 없지요. 남자는 남자다워야 했으니까.”

“그 말씀은 현재의 기준으로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거네요.”

“당연하지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남녀 얼굴 구분은 이성에 대한 호감과 관련이 깊다. 본능적으로, 젊음과 건강을 상징하는 얼굴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비추어진다. 여성의 경우 큰 눈과 얇은 눈썹, 작은 코와 턱, 도톰한 입술이 섹시한 얼굴로 평가받는데, 이유는 이런 요소들이 젊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건강의 기준에는 얼굴의 좌우대칭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모두가 매력적인 얼굴 특징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고대에는 화장술이, 현대에는 성형 수술이 인간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두 가지 기술 모두 유행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여성의 경우 대개 여성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예를 들면 화장을 통해 눈을 커 보이게 하거나, 뺨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입술 역시도 마찬가지다. 독일 괴팅겐대 베른하르트 핑크 교수의 연구결과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핑크 교수에 따르면 여성이 색조 화장을 하기 전에 기초화장으로 피부 톤(tone)을 일정하게 만드는 이유도, 그것이 젊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과는 다르다. 1998년 영국의 세인트앤드루스대 데이빗 페렛 교수의 연구를 보자. 그는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남성의 얼굴은 더욱 남성적으로, 여성의 얼굴은 매우 여성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여성은 여성화시켰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인 반면, 남성은 남성화시켰을 때보다 여성화시켰을 때 더 섹시하게 보였다. 결국, 여성은 ‘터프 가이’ 보다 ‘부드러운 남성’을 더 선호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남성적인 얼굴이 남성 호르몬의 활동이 뛰어나다는 뜻이고 그에 따라 건강을 상징하기 때문에 더 우월적일 것이라는 기존의 관념과 상반되는 결과다.      


페렛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여성이 남성적인 얼굴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배란기 때 잠시뿐, 그 외에는 여성형 얼굴의 남성에게 더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배란기 여성은 생식을 위해 울퉁불퉁한 얼굴에 잠시 끌리지만, 그때가 지나면 남자다운 얼굴이 가부장적이고 차가운 인상을 주기 때문에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만남이 아니라 가정을 이루는 지속적인 남녀 관계에서는, 부드럽고 자상하게 보이는 ‘꽃미남’이 여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셈이다. 결국, 지구라는 행성에는 아담의 얼굴보다 이브의 얼굴이 경쟁력이 높은 것일까? 어쨌든 이쯤 되면 기존의 관상(책)을 다시 서술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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