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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부 Anbu Sep 06. 2020

침묵(Silence)

오늘을 말하다 일러스트


그 길고 긴 침묵은

서서히 목을 타고 올라오는 것과 같다.


침묵의 차가운 온도는

조그마한 내 피부의 따스함에도 

화상을 입기 마련이라 

곧 힘없이 나에게서 떨어질 때가 많았음에도


이번의 침묵은 오히려 더더욱 차가워지며

나의 몸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 의기양양하다.


그렇다고 손톱으로 그 몸통을 쥐어뜯으며

억지로라도 내 몸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는 내 생각을 

침묵은 너무나도 잘 꿰고 있었다.


그대로 둔다면 나는 곧 침묵에 삼켜질까.

아니면 침묵은 그저 나를 보고만 있을까.


점점 기어오르는 침묵을 그대로 둔다면

그 차가움에 생각마저 질식해 

더는 입술조차 뗄 수 없게 될까.


서투른 말을 꺼내어 내가 상처 입는 것보다

침묵은 도로 내 목구멍까지 삼켜버리는 것으로

나를 옭아매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이 침묵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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