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주식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코인 시장도 덩달아 뜨거워졌습니다.
주변 20~30대 지인들 중 코인을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며 다들 조금씩은 하고 있더군요.
주식은 나름의 투자 원칙을 가지고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만,
코인은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변에선 왜 안 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지만 꿋꿋하게 하지 않는다고 나름의 이유를 대며 설명하곤 했습니다.
지금의 생각이 미래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제가 생각한 코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정리해 놓으려 합니다.
많은 나라에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CBDC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미국이나 중국처럼 공인된 나라가 코인에 대한 가치를 보증하고 중앙에서 디지털 화폐(코인)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인 탈중앙화와 정반대 되는 개념으로 중앙이 책임지고 코인에 대한 보증을 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그래서 실제 현금인 달러나 위안이 코인과 1대 1로 교환될 수 있는 진짜 '디지털 화폐'입니다.)
몇 년 전 코인 대란 시즌1 에는 CBDC란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개념은 간단하게나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사는 형이 재테크 쪽에 관심이 많던 분으로 당시 코인 광풍이 불 때, 비슷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만약 중앙에서 코인을 발행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국이 보증해주는 코인을 가질지, 발급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잡 코인을 가질지 상상해보라고 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그때 그 말은 틀린 게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무수히 많은 코인 종류가 나왔지만, 뭐 하는지도 모르는 코인이 대부분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이 유명한 코인들도 있지만, 실제 거래량이 많다는 대부분의 코인을 보면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화폐로써 어떤 기능을 하기 위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국가가 공인을 하는 코인이 나오면 사람들은 대거 이탈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코인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테니까요.
따라서, 현재에도 무엇을 하는 건지 모르고, 미래에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 내 노력(투자)을 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사지 않았습니다.
만약, 진짜로 CBDC가 출시가 된다면 그때는 사고 싶은 마음이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생길 것 같습니다.
제가 코인을 사지 않는 이유에 왜 한국인의 특성을 생각해서 논리를 펼치는지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우리는 무엇이든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곤 합니다.
신작 출시된 게임을 밤새워해서 세계 최초 엔딩을 찍거나, 400번씩 저어서 노가다로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한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보는 아주 대단한 민족입니다.
제 눈에는 이런 민족이 코인도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매번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코인 광풍(김치 프리미엄)이 더 부는 것은 이런 한국인의 특성과도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박이 날 때까지 하거나,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던가 둘 중 하나로 끝장을 봐야만 끝날 것 같은 코인 거래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무한히 오르는 자산은 없기에 때론 저평가 될 수도, 고평가 될 수도 있고 그 평가에 따라 항상 포지션은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인이라는 건 아직 가치를 잡는 기준이 애매하니 그냥 무한히 자산이 오르기만을 쫓아 계속 투자하고, 떨어지면 버티는 그런 광경이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기에, 그냥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 저 역시 성격이 맺고 끊음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고, 시작하면 끝을 보는 편이라 코인을 시작하면 쉽게 끊지 못할걸 예감하기에 정말 확실한 가치 투자가 아닌 이상 시작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시작과 동시에 본업에 소홀 시 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내가 해야 되는 일이 있고 그것을 완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24시간 쉴 틈 없이 바뀌는 시장에,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무모하게 뛰어들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까 봐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주식의 가치는 돈(현물)을 창출해내는 능력이라고 했을 때, 코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데이터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결국 데이터 = 가치 인 세상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창출해내야 가치가 생기고 확실하게 인정받을 텐데, 문제는 데이터 관점으로 볼 때, 코인을 사야 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노력한 대가로 받습니다. 신뢰를 유지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연산을 돌리고(해시값 찾는 작업 : 작업 증명 PoW) 목푯값보다 작은 값을 찾았을 때 코인을 받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 이때 노력한 연산은 유의미한 데이터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냥 노가다와 같은 작업일 뿐이죠. 하지만 만약 채굴 연산이 어떤 특정 분야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일이라면 그때는 좀 다르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그 시기는 아닌 상태로 보이고요.
물론 개별 코인마다 지향하는 점은 다르겠지만, 주요 코인이라고 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봐도 어떤 양질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지 잘 보이질 않습니다.
보상으로 받은 코인은 양질의 데이터 산출물이 아닌 것 같아 보이고, 그래서 비용을 내고 소유해야 되는 이유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아직은 사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만약 데이터의 가치가 보인다면 그땐 상황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제가 코인이나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블록체인과 코인은 메가트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은 결국은 어떻게든 대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코드)가 현물 가치를 갖게 하는 최초의 기술이기 때문이죠.
투자자와 개발자의 관점은 좀 다릅니다. 투자자는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내면 그만인 거고, 개발자는 기술만 생각해보면 됩니다. 저는 양쪽 둘 다의 관점에서 고민했고, 결국엔 투자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었습니다.
물론, 이러다가 비트코인이 1억 아니 10억쯤 가게 되면 이 글을 적은 당시를 떠올리며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본업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시기이고, 이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정리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지금 제가 생각하는 단점들이 다 해소되는 시점이 올 거고,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지 않는 이유가 깨지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그땐 어느 정도 옥석 가리기가 끝났다고 판단해 투자자로서 참여할 생각입니다.
부동산에만 '투기과열지구'가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코인 시장도 '투기과열지구'처럼 보입니다.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