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오리 Jan 23. 2018

2017.12. 캄보디아 여행 #3

#3 시엠립

셋째 날 - 시엠립 자유여행

버스는 오전 6시쯤 시엠립의 giant Ibis 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긴 도심에서 애매하게 거리가 있는 곳이라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기 어려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툭툭 기사들이 와서 꼬시고 있었다.


난 툭툭을 처음 타기 때문에 가격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5 달라는 걸 $1 깎아 $4를 주고 호텔까지 이동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1 ~ $2 이면 올 거리였는데, 홀라당 바가지 썼네. 뭐 몇 달러 정도 날리는 게 대수랴. (라고 생각해야지 뭐)


호텔에 7시도 되기 전에 도착하니 당연히 체크인이 되지 않아, 짐만 맡겨두고 그냥 휘휘 동네 구경이나 할 셈으로 무작정 나왔다.


로열 가든

먼저 간 곳은 박쥐 공원이라고도 하는 로열 가든이었다. 키 큰 나무들이 있는 탁 트인 공원인데, 왕족들이 휴양 올 때 이 근처에 묵는다고 한다.


공원에 다다르니 찍찍하는 소리가 나무 위에서 들렸다. 오~ 진짜 박쥐를 볼 수 있나 보다! 하고 나무 쪽으로 가 보니 나무 위에 박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정말 배트맨 영화같이 박쥐들이 날아다녔다. 물론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다니진 않고 한두 마리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는 정도였지만, 도심의 공원에 주렁주렁 박쥐가 달려있는 나무라니, 신기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왼쪽 사진에 유독 시커먼 열매 같은 게 다 박쥐라고 보면 된다. 공원 한편엔 사원이 있었는데 딱히 별로 볼 건 없다. 


프놈펜에서 노숙자와 거지들을 좀 보긴 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여기오니 관광지라서 아이들이 우리에게 쓸데없는 물건들을 내밀며 사달라고 했다. 물론 안 샀지.


박쥐 구경을 하고선 시엠립 강변을 따라 아침을 먹기 위해 걸어 올라갔다. 시엠립 강은 이게 강인가 개울인가 싶을 정도로 작았다. 아침밥으론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다는 포용에서 쌀국수를 시켜 먹었다.


현지인들도 꽤 많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린 쌀국수 두 개를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가이드분들은 쌀국수 말고도 고기덮밥이 맛있다고 했다. 


쌀국수는 우리나라의 에머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미원의 힘인지는 모르지만 맛있었다. 향 채소를 미리 넣지 않고, 알아서 잘라 넣으라고 한 그릇 푸짐하게 가져다준다. 일반적으로 보는 고수가 아닌 다른 종류의 향신 채소들 위주인데, 살살 냄새를 맡으니 고수 비슷한 느낌이더라. 나와 아내는 고수도 곧잘 먹어서 조금 잘라 넣었다. 그런데 옆 자리 현지인들은 거의 국수가 안 보일 정도로 엄청 집어넣고 먹네. 맛있게 잘 먹었다.


밥도 먹었고 시간은 아직 오전 9시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딱히 뭘 해야 할지 정하질 못했다. 그래서 그냥 오늘은 우리끼리 아무렇게나 유적지를 구경 가보자고 즉석에서 정했다. 유적지 표를 파는 곳이 유적지 가는 길에서 동떨어진 이상한 곳에 있고 도저히 걸을 거리는 아니라 툭툭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대게 툭툭은 사전에 왕복 코스 흥정을 다 마치고 타야 한다는데, 우린 그냥 길거리에서 택시 잡듯이 잡으니 흥정이고 뭐고 영 애매한 상황이었다. 지나가는 툭툭 아저씨가 있어서 $10에 매표소를 거쳐 앙코르와트 입구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엄청 비싸게 간 건데 뭐 어쩌겠어. 일단 가고 봐야지.



매표소에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다. 벌써 10시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살 사람들은 다 사서 출발했기 때문인가? 우린 오늘, 내일(핵심유적 투어), 모레(그랜드 투어) 이렇게 3일 유적 방문을 할 것이라 $62 주고 3일권을 끊었다. 카드 결제도 되니 굳이 큰돈을 챙겨 오지 않아도 된다.


앙코르와트

유적 입장권을 사고선 다시 앙코르와트로 출발했다. 오, 이제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해자가 보인다. 오는 길엔 원숭이도 몇 마리 발견했다. 오오, 이제 진짜 유적지구나!


앙코르와트에 도착하니 멀리서도 웅장한 느낌이 확 느껴졌다. 가이드 설명은 내일 들을 거라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맘대로 둘러보려고 한다. 낮이 되니 확실히 햇살도 따갑고 날도 더웠다. 하지만 여기도 겨울인지라 푹푹 찌는 수준까진 아니어서, 덥다 싶으면 그늘에서 좀 쉬면 다시 체력이 회복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돌아다니기에 그리 힘들진 않았다.


둥둥 떠 있는 다리를 통해 해자를 건너니 웅장한 앙코르와트의 모습이 보였다. 우왕~

5개의 탑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오호~ 


멋들어진 건물과 복잡한 내부들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녔다. 워낙에 구조도 복잡하고, 규모도 작지 않아서 슬렁슬렁 보는데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중앙 3층 성소는 매우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야 했다. 수용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누군가 내려가야 내가 올라갈 수 있었다. 와, 대체 옛날에 이 복잡하고 화려한 돌 구조물을 어떻게 쌓은 건가.


어느새 오후 1시가 넘어서 슬 피곤해져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온 서쪽 문의 반대쪽인 동쪽 문

을 통해 사원을 벗어났다.



동쪽 문 밖에서 기다리는 툭툭 아저씨들은 이미 왕복 예약이 된 아저씨들이라 시내로 돌아가는 차가 없었다. 다행히 한 아저씨가 얼른 $5에 다녀오자고 해서 그냥 $5 주고 호텔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매표소 들렀다 앙코르와트 왕복하는데 $15이나 쓴 셈이네. 계획을 잘 짜야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피곤해서 다시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대충 컵라면으로 밥을 때우고 잠깐 눈을 붙였다.

그리고... 눈을 뜨니 새벽이었다... 참 잘 잤다...


넷째 날 - 핵심유적 투어

아주아주 푹~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었다. 관광지의 큰 호텔이다 보니 조식 뷔페도 꽤 크고 좋았다. 뜨끈한 쌀국수를 즉석에서 해 줘서 매일 잘 챙겨 먹었다.


오늘은 칸쵸&달봉 투어에서 신청한 앙코르와트 & 앙코르 톰 핵심유적 투어에 참여하는 날이다. 이 투어는 흔히 얘기하는 스몰 투어에 해당한다. 7시 50분에 호텔 근처의 아시아 마켓이라는 마트 앞에서 모여 투어를 시작했다. 이날 투어는 우리 부부, 4인 가족, 혼자 오신 두 분, 이렇게 8명이 함께 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실 분들은 사시고, 첫 유적지로 따 프롬에 갔다.


따 프롬


이곳은 나무들과 유적지가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데, 툼레이더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앙코르와트는 나무가 다 망가뜨리고 있어 늦기 전에 가라고 하는 얘기들을 들었었는데, 이 사원을 보니 그런 얘기가 실감이 나더라. 정작 앙코르와트는 관리가 잘 되어있어 이런 얘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굉장한 크기의 나무들이 배배 꼬면서 돌로 된 사원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 멋졌다.


앙코르 톰

이어서 앙코르 톰으로 이동했다. 여긴 사원이 아닌 옛날 도시이다. 버스로 승리의 문을 통과해서 이동했는데,  승리의 문 크기가 기가 막히게 미니버스 크기에 딱 맞더라. 통과하는데 정말 아슬아슬했다.


가이드인 칸쵸 님이 성벽의 부조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시는데, 다들 가이드 투어를 꼭 해야 한다는 얘기가 이해가 되었다. 부조의 모습 하나하나가 다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게 아주 재밌었다. 졸고 있는 학생, 도시락 까먹는 학생 등등 묘사가 굉장히 생생한 게 인상적이었다.


바이욘 사원

이어서 바로 뒤의 바이욘 사원으로 이동했다. 50여 개의 탑이 있고, 탑에는 사방에 사람 얼굴 모양이 새겨져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와~ 멋지다~ 를 연발했다.


바이욘 사원을 둘러본 후엔 역시 바로 근처의 바푸욘 사원으로 이동해서 구경한 후, 코끼리 테라스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오전 투어를 마쳤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는데, 지금은 아무 기억이 안 난다 ㅋㅋ


오전 투어를 마치고 다시 아시아 마켓으로 돌아왔다. 점심은 근처의 팜 카페에서 먹었다. 여기선 모닝글로리 볶음, 볶음밥, 코코넛을 먹었다. MSG 때문인지 다 입맛에 짝짝 붙는다. 역시 MSG가 최고야!


오후 투어는 3시에 시작이라 호텔에 들러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후 투어를 위해 아시아 마켓으로 이동했다. 오후 투어의 목적지는 앙코르와트이다. 다시 앙코르와트로 고!


또 앙코르와트

어제 가봤던 앙코르와트지만 가이드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부조 하나하나를 보면서 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맘대로 설렁설렁 구경하는 건 또 다른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나처럼 두 번 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있는지도 몰랐던 커다란 부조의 각 부분 설명을 들으며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아주 재밌었다.


슬슬 해도 저물어가고, 일몰을 보러 앙코르와트를 벗어났다. 앙코르와트 유적지는 일몰 전에 닫기 때문에 앙코르와트에서 일몰을 볼 순 없다고 한다. 근처 호수에서 가이드분이 준비해둔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일몰을 보며 투어를 마무리했다.



가이드분이 설명도 재밌게 잘 해 주셨고, 물수건이나 음료, 맥주 등등 센스 있게 잘 준비해주셔서 즐겁게 투어를 했다. 


저녁은 호텔로 돌아와서 딱히 허기지지 않아 간단히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컵라면을 엄청 많이 가져갔다.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2017.12. 캄보디아 여행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