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데 쉽지 않다...
집의 온도조절기를 IoT 기능을 제공하는 기종으로 바꿨다. 장비 선정 / 교체 방법 / IoT 기능 소감을 적어본다.
이사를 했는데 온도 조절기는 10년 넘은 기기 그대로 설치된 상태였다. 누리끼리해서 너무 안 이뻐서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다. 주변 지인 얘기로는 요즘 온도조절기는 IoT 기능도 지원해서 외부에서 앱으로 켜고 끌 수 있다고 들어서, 이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자료를 찾아봤다.
우리 집 온수분배기는 하니웰 제품이다. 하니웰 제품 중 IoT를 지원하는 온도조절기는 DT300W-M과 DT400-MH00 이 있다.
둘이 기능상 차이는 거의 없고 (버튼을 보면 아예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디자인의 차이가 크다. 하지만 정면 스샷에선 알 수 없는 차이가 또 있는데, DT400 이 DT300 보다 더 벽 앞으로 노출된 두께가 두껍다.
상품 소개 페이지의 크기 부분을 살펴보면 두 모델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DT300 은 뒷면이 튀어나와있다. 폭 44 , 높이 61, 깊이 30이다. 따라서 조절기 뒷부분이 타공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DT400은 그런 부분이 없다.
DT300 은 벽 위로 노출된 부분이 11mm이지만, DT400 은 19.5mm이다. 1cm가량 벽에서 더 튀어나와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주변 스위치에 비하면 툭 튀어나온 느낌이 든다.
우리 집은 타공이 되어있기 때문에, 덜 튀어나온 DT300 모델을 선택했다. 내가 조금은 간과한 게, 난 거실의 컨트롤러만 저렇게 뒤가 튀어나온 줄 알고 거실만 타공 여부를 확인했는데, 각 방의 조절기가 모두 동일한 모양이므로 각 방 모든 컨트롤러 뒷면을 다 살펴봐야 한다.
온도조절기가 하니웰이라고 다 설치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분배기 쪽 컨트롤러 모델도 확인해야 한다. 우리 집의 컨트롤러는 MC200-00이라 문제없었다. 현재 집의 상황을 사진을 찍어 상품페이지에 나온 판매자 카톡 프로필과 대화하니 잘 안내해주었다.
기기는 거실용과 각 방 용이 다르다. DT300의 경우 거실용은 DT300W-M, 각 방은 DT300-S로 분리해서 구매해야 한다. 가격도 차이가 크다. DT300W-M 은 12만 원쯤, DT300-S는 6.5만원쯤 한다.
제품은 주문하고 금방 받았다. 주문한 조절기들과 함께, 조절기를 설치하는 데 사용하는 와고 커넥터가 각 조절기 당 2개씩 들어있었다.
전선에 극성 같은 게 없으므로 설치는 간단하다. 두꺼비집 내리고 - 기존 컨트롤러 분리 - 새 컨트롤러 연결 - 두꺼비집 올려서 설정. 거실은 IoT 연결 설정을 해야 하고, 각 방은 방 별 번호 설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우선 상품 소개 화면에 나온 설치 동영상을 보면, 벽 쪽 전선이 두꺼운 동선 하나로 되어있는데 우리 집 벽을 뜯어보면 랜선의 주황 가닥이 한쪽, 파란 가락이 한쪽을 이뤄 연결되어 있었다. 새 컨트롤러에 연결하려면 이 랜선 가닥의 피복을 벗기고, 꽈서 와고 커넥터에 연결해야 하는데 일단 벗겨야 할 피복이 2*2 = 4개에다, 약한 랜선을 꼬는 과정에서 선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피복을 벗겨야만 했다. 랜선 피복 벗기는 장비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니퍼로 살살 물려서 쓱 벗기는 과정이 매우 귀찮았다. 게다가 이 작업을 방별로 다 해야 하니. 또한 타공은 되어있지만 어떤 방은 깔끔한 반면, 어떤 방은 중간에 콘크리트가 툭 튀어나와 컨트롤러 박스가 걸려서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장도리 뒤쪽, 못 뽑는 쪽으로 살살 부숴가면서 작업했다.
모든 방에 설치하기에 앞서 먼저 거실에만 설치해봤다. 두꺼비집을 내리고, 거실 컨트롤러 설치하고 올린 후 IoT 설정까지 마치니 기존 구형 각방 컨트롤러와도 잘 동작했다. 각 방 컨트롤러가 멀쩡하고, IoT 기능만 추가하고 싶다면 거실 컨트롤러만 교체하는 방법도 좋겠다. IoT 연동 기능은 마지막에 얘기해보겠다.
전선 벗기고 꼬는 작업이 고되어서 그렇지, 작업 자체는 복잡한 것은 없었다. 한 가지 마지막 난관은 이 컨트롤러가 벽과의 유격이 거의 없이 꽉 달라붙기 때문에, 벽 자체가 편평하지 않고 살짝만 굴곡이 있어도 마지막 조립이 잘 안된다. 설치하고 나면 벽이랑 틈새 없이 밀착되어 보기 좋은데, 이 과정에서 벽지를 긁어먹을 우려가 있겠더라. 또한 벽에 굴곡이 있다면 고정하는 뒤 쇠판 자체를 벽에서 좀 떼어서 설치할 필요가 있겠다. 나는 딱 방 하나가 말썽을 부려서 한참 씨름을 했다.
현장 사진을 보자.
타공은 잘 되어있다. 하지만 왜 전원선이 저 모양인 거야... 기존 것 끊어내고, 피복 벗기고, 꼬고. 으 그런데 꼬다가 심이 끊어졌다. 그럼 다시 피복 벗기고, 꽈야지. ㅠㅠ
기존 조절기와 교체한 조절기. 왜 교체한 것도 수평이 맞지 않느냐고 지적하지 말자. 이미 너무 지쳤다...
이제 거실 컨트롤러의 IoT 기능을 연동할 차례이다. LG U+ 의 IoT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물론 통신사를 LG U+ 를 써야 하는 건 아니고, 집안의 2.4 ghz wifi 에 컨트롤러가 물리고, 컨트롤러가 LG U+ 쪽 서버와 통신하는 구조로 보인다.
U+ 스마트홈 앱을 깔고, 무슨 무슨 서버스 2개 정도에 가입을 한 다음에 장치 등록을 한다. 똑같은 LG 면 LG ThinQ에서 되게 하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연동 과정에서 디바이스 등록이 좀 오래 걸리기도 했고, 핸드폰이 디바이스의 wifi에 연결을 유지해야 하는데 멋대로 인터넷이 안된다고 모바일 네트워크로 접속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걸렸다. 다른 기기들에 비해 썩 매끄럽지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IoT 연동 기능 자체가 참 제한적인 게 아쉽다. 컨트롤러와 서버가 양방향 통신이 되므로 할 수 있는 기능이 굉장히 많아 보였다. 컨트롤러의 설정을 서버로 보내는 기능이 동작하고 (현재 설정을 서버로 올림), 서버는 컨트롤러로 설정 변경( 외출/난방, 각 방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앱이 너무 기능이 적다. 내가 볼 때 이건 U+ 스마트홈 앱이 너무 구려서 그런 거다. 앱만 잘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내가 기대한 건 다음 시나리오이다.
- 오전 9시에 보일러 전체 꺼
- 오후 6시에 거실만 24도로 켜. 나머지는 꺼.
- 오후 9시에 거실은 22도로, 안방은 24도로 켜. 나머지는 꺼.
하지만 현재 앱이 제공하는 건 실시간 컨트롤 + 특정 시간에 끄기/켜기 밖에 안된다. 즉 이런 것만 된다.
- 오전 9시에 보일러 전체 꺼
- 오후 6시에 보일러 전체 켜
정해진 시각에 특정한 장면(scene)을 실행하는 게 없다. 하고 싶으면 앱에서 일일이 온도 조절하고 방을 켜고 꺼야 한다. 근데 앱은 컨트롤러에 비해 반응성이 당연히 떨어지니 결국 그냥 집의 온도조절기를 건드리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래도 특정 시간에 켜고 끄는 것만 되는 것도 어디냐 싶고, 외부에서 보일러 켜고 집에 들어오거나, 외부에서 보일러 켜고 나왔으면 끄는 건 쉽게 되니 대충 이 정도에서 만족하련다. 특정 시간에 켜고 끄는 건 컨트롤러에서도 되긴 하는데, 인간의 지능으로 다룰 UX가 아니므로 이 정도는 그냥 앱을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
IoT 온도조절기는 니퍼, 드라이버, 망치(...) 정도의 도구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앱의 기능이 아쉽긴 한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유용하지 싶다. 꼭 IoT 아니더라도 집의 누런 조절기가 보기 싫으면 기분전환 겸(...) 교체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