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생올리브 Apr 19. 2021

20대, 무기력함에서 탈출하기

무기력함과 싸워온 나만의 전략, 마인드셋

무기력한데 긴 글을 읽기가 싫다면,

번호가 달린 부분으로 바로 넘어가도 좋습니다.




20대에 느껴본 씁쓸한 감정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기력함이었습니다.


입시와 학업, 인간관계와 진로 고민 등이 그런 감정을 촉발한 원인이었을까요? 사실 무엇 때문에 무기력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절망을 동반한 우울의 형태든, 현자타임과 짝을 짓는 귀차니즘이든 이 무력감이 내 감정의 단골손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무기력함에 대처하는 시도는 다양했습니다. 원인을 끝까지 파고들어 감정의 나락에 떨어져 보기도 하고, 단기적인 쾌락(게임 등)에 의존해서 어떻게든 덜어내고자 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하며 때로는 시끌벅적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대화도 했습니다.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책도 읽고 봉사활동도 하며, 명상과 기도를 반복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무기력함을 종종 잊어버릴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더군요. 다시금 스멀스멀 피어나 저를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게 무기력함에서 자유하지 못한 나 자신의 상태에 절망하고 나의 나약함을 비관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긍정하기엔 나의 무기력한 현재 상태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너무나 신나고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SNS의 친구들과 미디어 속 스타들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겪는 무기력함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게 아닐까, 대기만성인 나의 밑거름이지 않을까'하며 합리화하기도 했는데요. 무기력함 속에서 나는 계속 뒤처지기만 하고, 어느 것 하나 내 힘으로 해낼 수 없게 되고 있다는 사실에 눈 뜨면서 이 근거 없는 낙관 또한 회의에 부딪혔습니다. 대가 없이 보상을 얻고자 하는 신화마저도 어느 순간 깨져버린 것이지요.


그렇게 무기력함의 무의미를 깨달은 뒤에야, 무기력함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계속해서 지워내야 하는 소모적인 감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무기력함의 이유를 찾기보다는 극복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시련을 이겨내고 도약하는 주인공의 드라마는 무력함에 익숙해져 방구석을 벗어나지 못하는 히키코모리에겐 실현되지 않더라고요. 누구 말마따나 작심삼일이라면 삼일마다 작심을 해야 하는 것이고, 현실을 직시하고 내 삶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된단 말일까요? 이론은 참 쉽습니다. 잠시나마 무력감을 극복하게 해 줬던 생산적인 방법들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력감이 진짜 무서운 건 바로 그 생산적인 방법을 반복할 의지를 꺾어놓기 때문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저는 이 무력감의 파괴력을 거세할 전술을 탐색했습니다. 우선 무력감이 그것을 극복하려는 생각을 시작하지도 못하도록 나를 옭아매는 이유가 무엇일까부터 분석했습니다. 무력감은  '그렇게 늘 무력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에 강력합니다. 무력함이 일시적으로 지나쳐가는 현상이 아니라, 마치 나의 고유한 속성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너는 게으른 사람이야', '사실 이 나락에 그냥 주저앉고 싶잖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거야'라고 끊임없이 속삭이곤 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대항법 또한 여기서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반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무력한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의 전략을 소개합니다.





1. 모든 무기력함의 원인을 신체적인 것에 둔다.


- 절대 무기력함이 나의 정신적인 결함 때문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우울감과 허탈함이 신체적 피로 또는 호르몬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감기처럼 잠시 잠깐만 겪는 것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지나가는 현상이라고 간주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다반사예요. 그냥 잠을 충분히 자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이 돼버리곤 합니다.


- 정신적인 문제는 대부분 육체에 종속됩니다. 사실 육체와 완전히 별개인 정신이란 것은 애당초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고 해도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정신상의 문제(무기력, 우울함, 과한 조증)는 사실 육체적인 문제입니다. 감기에 걸린다고 해서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고 비관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무기력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생리주기처럼 반복해서 오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이걸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무기력하게 된 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거든요.




2. 더 이상 무력할 이유가 없다 사실을 되새긴다.


- 내가 원래 무기력한 사람인 게 아니고, 몸이 안 좋아서 잠시 잠깐 기분이 그런 것뿐이라면 내가 왜 굳이 무기력 때문에 계속 힘들어해야 할까요? 심지어 다짐하기에 따라 바로 좀 더 빨리 무기력함을 제어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약을 먹으면 감기를 금방 이겨낼 수 있지요? 무기력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내가 무기력하지 않도록 여러 신체적, 환경적 조치를 취하면 금방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무력감에 나를 무한정 내어줄 필요가 없는 겁니다. 내가 낫고 싶으면, 나으면 됩니다. 일어서고 싶으면 일어서면 됩니다.


- 아직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싫다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세요. 대신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주면서요. 비교군이 필요하니까요. 결국에는 무엇을 내가 더 원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사실 본인이 답을 알고 있거든요. 몸 컨디션이 안 좋은 것보다는 생기가 넘치는 게, 무기력하게 쳐져있는 것보단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는 게 더 즐겁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겁니다.


- 혹여 무력감이 발전의 밑거름이 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무기력 자체 보단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성장의 발판이 되겠지요. 그러니깐 더 이상 무의미한 무기력에 빠져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어나세요. 어느 나라 속담에, "넘어지는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너의 책임이다."라고 하잖아요?




3. 절대 파고들지 않는다.


-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자기가 왜 감기에 걸렸는지 끝까지 파고들진 않을 겁니다. '내가 대체 왜 옷을 덜 따뜻하게 입었을까.' '왜 하필 그때 외출을 했지?' '내가 이렇게 했으면 감기에 들지 않았을까?' 이렇게 말이에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좀 유별나다고 생각하겠지요. 무기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대처해야 합니다.


- '왜'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보통 불확정적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어있지요. '왜 나는 이렇게 무능력할까?' '왜 우리 집은 이렇게 어려울까' '왜 OO가 아플까?'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찾아올까?'. 이런 질문엔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확률적으로 누군가에게 발생하는 일이거든요. 우연 속에서 이유를 찾는 것은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평탄한 삶을 누리고 싶다고 해서 그 소망이 무조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바람과 실제를 구분하는 게 성숙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 고통의 의미는 고통 속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고통을 벗어나서야 추억과 의미로 자리 잡을 수 있지요. 군대 다닐 때 생각해보시면 그렇잖아요? 그때는 그렇게 짜증 나고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추억거리로 보정되잖아요?




4. 루틴 또 루틴


- 위의 1, 2, 3을 유지하는 방법은 건강한 신체적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생활하기, 꾸준히 운동하기, 식사 잘 챙겨 먹기 등등이요. 무기력할 땐, 루틴 속에 갇히기 싫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근데 루틴에 날 가두지 않으면 무기력에 갇혀버리는 게 사람인 걸요. 둘 중 하나 선택하라면, 전 루틴을 선택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중이니까요. 물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여전히 무기력하고 싶으면 조금 더 그래 보아도 좋습니다. 다만, 당신 스스로에게 선택지를 주세요. 대안을 주세요. 루틴을 만들어보고 루틴 속의 삶도 살아봐야 합니다. 비교해봐야 더 좋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 여러 방해 요소 때문에 루틴이 잘 안 만들어진다면, 일단 자기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보세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만 하고 싶다고요? 식사와 잠은 제대로 보장하되, 프로게이머처럼 한 달 내내 pc방으로 출근해보세요. 어중간하게 공부하지 말고 게임만 해보는 거예요. 공략 영상도 찾아보고 목표를 정해서 도전해보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곧 내가 페이커가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겁니다. 사람이 자기가 뛰어나지 않은 분야에 지속적으로 몰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자타임이 올 거예요. 그때 그만두고, 제대로 된 루틴을 만들면 됩니다(혹시 프로게이머의 가능성을 봤다면 축하드립니다. 게임 루틴을 계속하시면 되겠네요!). 누워서 도무지 밖을 나가기가 싫다고요?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좀이 쑤실 때까지 가만히 있어보세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것도 며칠이면 질릴 겁니다. 물론 극한의 방법 외에도 동기부여법은 많습니다. 괜스레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 모습 보기, 한 때 힘들었으나 지금은 성공한 사람들의 연설 듣기, 인플루언서들처럼 바디챌린지 해보기 등등.


- 준비가 됐다면, 같이 루틴을 만들어볼까요? 아침 식사 후 뉴스 보고 커리어 관련 탐색하기, 점심 식사 후 차 마시면서 명상하기, 오후에 도서관 또는 카페에서 공부하기, 가족들과 저녁식사 하기, 1시간 웨이트 트레이닝 하기, 밤에 자그마한 보상 누리기, 일기 쓰기.



마치며

저도 아직 어린데 누구에게 함부로 조언할 수 있겠냐마는, 그냥 제가 해보고 효과적이었던 방법을 권합니다. 20대, 점차 나는 작고 세상은 크다는 걸 느끼게 되는 때잖아요? 그래도 이어령 교수님은 그러시더라고요.

"쫄지마!"


쫄지 마시고 일어서는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데스다 자본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