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때 잠이 많은 나를 바꿔보고 싶던 차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나폴레옹 수면법. 유럽의 황제 나폴레옹은 놀랐게도 하루 4시간만 자고도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가 있었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기에 홀린 듯이 책을 펼쳐 보았다.
책에서는 나폴레옹의 위대한 업적과 그걸 이루는 데 수면법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말해주고, 당신도 할 수 있는 수면법을 알려주었다. 원리는 렘수면이 어쩌고 하는 어려운 말들이 있었는데, 읽어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려니 할 뿐.
이 수면법의 수련시간은 단 2주이며, 2주의 수련이 끝나면 몸이 렘수면 어쩌구의 원리에 의해서 4시간만 자도 개운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디테일한 방법은 이렇다.
1일 차 : 8시간에 맞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차 반복되는데 더 자지도, 덜 자지도 말고 딱 8시간에 맞추라고 한다.
2일 차 : 하루 밤샘을 해야 한다. 당연히 피곤하겠지만, 나를 이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낮잠도 자서는 안 된다. 나를 이기려면 잠깐의 잠 정도는 참아야 한다.
3~5일 차 : 6시간 수면. 마찬가지로 더도 덜도 말고 딱 6시간이다.
6~10일 차 : 4시간 수면
11일 차 : 또 찾아온 지옥의 밤샘 타임.
12~14일 차 : 4시간 수면
첫날에만 8시간 수면을 보장해주고 간간히 밤을 새면서 6시간, 4시간으로 잠을 줄이는 방법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내용을 읽기만 해도 말이 안 된다는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았다.
첫날은 그나마 쉽다. 8시간 자면 되니까 다만 딱 8시간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무난히 해냈다. 둘째날은 밤샘을 해야 하는데... 책을 읽을 때는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평생 4시간만 자도 되는 몸을 만드는데, 2주간 이틀의 밤샘은 투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다만, 나는 시험 때도 밤새 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의 저질 체력이었고, 당연히 이틀째 미션을 수행할 수 없었다. 내가 자리에 편히 누워 자지 않더라도 나도 모르게 잠깐 졸게 된다면 이건 성공인가? 실패인가? 실패라면 다시 첫날로 돌아가서 8시간 자면 생체 리듬이 리셋되는 것인가? 아쉽게도 책에서는 그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해냈다 치고 3일 차에 도전해 봤다. 하루 밤새고 다음 날 6시간 자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피곤을 쌓아가다가 11일째는 또 밤샘을 해야하고 그다음에 4시간씩 자면 몸이 환골탈태를 한 것처럼 갑자기 피곤이 사라지는 것인가? 그러지는 않을 거 같았다. 지금도 졸려 죽을 거 같은데. 하기 힘든 미션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이걸 완성하면 뭔가를 얻을수 있다니... 게임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된통 속았다고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람을 꼬시고 막상 하려면 현실은 불가능한 벽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다단계 업체가 있겠다. 친한 사람 2명씩만 꼬시면 그 사람들도 친한 사람 2명씩 데리고 오고, 그런 식으로 줄줄히 나를 위해 일해주는 사람들이 모일꺼라고. 얼핏 보면 쉬워 보이는 말로 사람을 꼬시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속고, 계속 속고, 또 속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인간이라 그런가?
여튼 나는 나폴레옹처럼 위대해지지 못하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폴레옹은 불면증에 시달렸단 말도 있고, 잠깐잠깐 쪽잠을 많이 잤다는 말도 있었다. 그도 나폴레옹 수면법을 마스터하지 못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