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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Jun 02. 2022

윈터스쿨? 스파르타 학원?

최근에 윈터스쿨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뭔가해서 보니 우리때의 스파르타 학원이다. 어감은 윈터스쿨이 훨씬 좋은거 같다. ‘미래를 대비하는 겨울’이라는 느낌이 든다. 역시 마케팅의 발전은 살벌한 단어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꿀수 있는거 같다.


나는 두 번의 스파르타 학원을 경험해 보았다. 한번은 길게, 한번은 짧게.


짧았던 기억은 역곡에서 있었다. 사관학교 대비 주말 스파르타 학원 코스가 있었다. 나는 당시에 공사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학원의 이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친했던 친구를 꼬셔서 주말 코스를 결재했다. 공부하겠다는 아들에게 반대하는 부모님은 안계셨다. 아마도 평소 공부 안하던 아들이 먼저 학원 이야기를 꺼낸대서부터 감동이라도 하신거 같았다. 당시에는 마포에 살았는데 역곡까지는 짧지 않은 거리였다. 어릴적 역곡에 살았었기 때문에 나에겐 고향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학원을 선택할 때 역곡이라는 이유도 컸을거 같다.

역곡역에 내려서 남부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예전과 달라진 역곡의 모습을 추억하고, 오락실에 들려서 동내 게이머들의 수준을 한번 파악하고 학원에 들어갔다.


건물 한동이 학원으로 이루어진 그곳은 계속 상주하는 인원들과 나처럼 주말에만 들어가는 인원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접수를 하고 학원 계단을 올라가는데, 입구는 쇠창살로 쳐져있고, 철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문은 계속 열려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접수 시간이 끝나자 문은 굳게 닫혔고, 나의 자유를 학원안에 귀속시켰다. 철문 안에서 바라보는 사회는 참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고작 문하나 닫혔을 뿐인데.


학원에는 각지에서 온 사관학교를 노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사관학교를 노리고 올 친구들이면 공부를 좀 할 것도 같았지만. 그들도 나처럼 스파르타 학원에 들어온 친구들이었다. 그말은 곧, 나처럼 그냥은 공부를 안한다는 의미였다. 통성명 같은건 하지 않았지만, 느낄수 있었다. 그들의 외향과 언행은 모범생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해주었다.


다행히 친구와 같이 갔던 나는 그들과 친해질 이유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수업을 듣고 자습을 할 뿐. 사실 너무 오래되어 공부를 했는지, 매점에서 죽치고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첫날이니 의욕에 넘쳐서 공부 하는 시늉이라도 내지 않았을까 추측을 할 뿐이다.


첫날은 그럭저럭 지났다. 다음날 새벽. 스파르타 학원답게 새벽 6시에 점호를 하며 아이들을 깨웠다. 평소에 일어나보지 못한 시간이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보통은 그후에 아침먹고 공부하러 갈테지만,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체력 증진을 위해 축구를 한다고 한다. 아침부터 운동은 피곤해서 사양할 만 했지만,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나갈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유를 갈망하며 사회의 공기를 마시러 나갔다. 장소는 인근 역곡중학교. 중학교에는 그 당시에 보기 드물게 인공잔디가 깔려져 있었다. 또래친구들과 축구공, 인공잔디까지 모여 있으니 갑자기 우정이 샘 솟았고,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모든 걸 던져 축구를 하고, 학원에 돌아오니 아침밥을 주었다. 아침에 운동을 하니 배가 많이 고파서 엄청 먹었던거 같다. 상쾌한 아침운동 + 과식까지 하니 몸이 너무 피곤했다. 말했다시피 모범생같은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한명이 침대에 누우니 다들 따라 누웠다. 그리고, 기절. 뭔가 스케쥴이 더 있었던거 같은데 주말 코스인 아이들에게 강제되지 않았다. 꿀잠자고 일어나니 점심시간이고 곧 퇴소를 할수 있었다. 퇴소가 눈 앞인데, 공부가 될리 없었다.


개운한 몸 상태를 가지고 집에 오는길은 참 찹잡했다. 나 왜 갔지? 인조잔디구장에서 축구하기 위해서 비싼 돈을 내다니. 그 후로 가성비 떨어지는 그 곳에 가지 않았고, 가성비 있게 집에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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