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원 May 23. 2022

나폴레옹 수면법

대학생때 잠이 많은 나를 바꿔보고 싶던 차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나폴레옹 수면법. 유럽의 황제 나폴레옹은 놀랐게도 하루 4시간만 자고도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가 있었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기에 홀린 듯이 책을 펼쳐 보았다.

책에서는 나폴레옹의 위대한 업적과 그걸 이루는 데 수면법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말해주고, 당신도 할 수 있는 수면법을 알려주었다. 원리는 렘수면이 어쩌고 하는 어려운 말들이 있었는데, 읽어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려니 할 뿐.

이 수면법의 수련시간은 단 2주이며, 2주의 수련이 끝나면 몸이 렘수면 어쩌구의 원리에 의해서 4시간만 자도 개운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디테일한 방법은 이렇다. 

1일 차 : 8시간에 맞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차 반복되는데 더 자지도, 덜 자지도 말고 딱 8시간에 맞추라고 한다. 

2일 차 : 하루 밤샘을 해야 한다. 당연히 피곤하겠지만, 나를 이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낮잠도 자서는 안 된다. 나를 이기려면 잠깐의 잠 정도는 참아야 한다.

3~5일 차 : 6시간 수면. 마찬가지로 더도 덜도 말고 딱 6시간이다. 

6~10일 차 : 4시간 수면

11일 차 : 또 찾아온 지옥의 밤샘 타임.

12~14일 차 : 4시간 수면


첫날에만 8시간 수면을 보장해주고 간간히 밤을 새면서 6시간, 4시간으로 잠을 줄이는 방법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내용을 읽기만 해도 말이 안 된다는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았다.

첫날은 그나마 쉽다. 8시간 자면 되니까 다만 딱 8시간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무난히 해냈다. 둘째날은 밤샘을 해야 하는데... 책을 읽을 때는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평생 4시간만 자도 되는 몸을 만드는데, 2주간 이틀의 밤샘은 투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다만, 나는 시험 때도 밤새 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의 저질 체력이었고, 당연히 이틀째 미션을 수행할 수 없었다. 내가 자리에 편히 누워 자지 않더라도 나도 모르게 잠깐 졸게 된다면 이건 성공인가? 실패인가? 실패라면 다시 첫날로 돌아가서 8시간 자면 생체 리듬이 리셋되는 것인가? 아쉽게도 책에서는 그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해냈다 치고 3일 차에 도전해 봤다. 하루 밤새고 다음 날 6시간 자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피곤을 쌓아가다가 11일째는 또 밤샘을 해야하고 그다음에 4시간씩 자면 몸이 환골탈태를 한 것처럼 갑자기 피곤이 사라지는 것인가? 그러지는 않을 거 같았다. 지금도 졸려 죽을 거 같은데. 하기 힘든 미션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이걸 완성하면 뭔가를 얻을수 있다니... 게임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된통 속았다고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람을 꼬시고 막상 하려면 현실은 불가능한 벽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다단계 업체가 있겠다. 친한 사람 2명씩만 꼬시면 그 사람들도 친한 사람 2명씩 데리고 오고, 그런 식으로 줄줄히 나를 위해 일해주는 사람들이 모일꺼라고. 얼핏 보면 쉬워 보이는 말로 사람을 꼬시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속고, 계속 속고, 또 속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인간이라 그런가?

여튼 나는 나폴레옹처럼 위대해지지 못하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폴레옹은 불면증에 시달렸단 말도 있고, 잠깐잠깐 쪽잠을 많이 잤다는 말도 있었다. 그도 나폴레옹 수면법을 마스터하지 못했나보다.


작가의 이전글 강아지도 코로나가 걸리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