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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Jun 27. 2022

윈터스쿨, 스파르타 학원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었다. 란 말처럼 긴 산속을 헤치고 들어가니 스파르타 학원이었다. 중3 겨울 방학때의 일이다. 왜 그곳에 가야하는지 상의 따윈 없었다. 그저 가야만 했고, 나에게 결정권 없었다.

많은 버스들이 학원에 도착했고, 많은 남녀 학생들이 내렸다. 혹시 남녀 합반인가? 하는 기대를 해 보았지만, 공부하라고 모인 그곳에서 로맨스의 가능성을 열어 둘리 없었다. 여학생들은 그날 최대한 가까이서 본 것이었고, 그 후에는 얼핏얼핏 흔적만 볼 수 있었다.

숙소라고 들어가니 큰 공간에 철제 이층침대가 오와 열을 맞추어 들어갈수 있는 최대한의 숫자로 놓여 있었다. 나치의 만행을 담은 영화의 유대인 수용소 같았다. 개인 짐을 놔둘 공간도 없었다. 사실 이곳에선 개인짐이 필요 없었다.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못만 있을 뿐. 한달 머물다 갈 우리들에게 개인짐은 사치였다. 

첫날은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며 반 배정을 받고, 주의 사항을 듣고, 정신이 없었다. 휘몰아치듯 하루가 지나갔다. 첫날은 낯선 환경에 왠지 모르게 수련회의 기분도 들어서 들떴다.

다음날 새벽 6시에 기상 나팔이 울리기 전까지는...

스피커로 기상을 알리며, 운동장으로 집합을 하라고 했다. 헐레벌떡 운동장으로 뛰어 나가니 열 맞추고, 앉아 번호하면서 인원수를 체크하고 점호를 하였다. 점호후에는 건강한 육체를 위한 구보가 있었다. 스파르타 학원이라더니 우리를 스파르타 전사로 키워낼 생각인거 같았다. 겨울의 시골의 새벽공기는 매서웠다. 첫날은 밖에서 오래 있을지 모르고 얇게 입고 나갔다가 호되게 당했다. 구보를 마치고는 식당으로 이동해 아침식사를 하였다.

그곳의 식사는 대체로 별로였지만, 아침은 특히 더 안 좋았다. 방금 뛰고 왔으니 입맛이 살아날만 한데, 그런 입맛으로도 먹을게 없었다. 이상한 된장국에 김치 몇 쪼가리,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이 간장에 밥을 비비고 있었다. 검은색으로 변한 밥을 보니 왜 저러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친구들은 한입 먹어 보라고 권유하였고 나는 그날 앞으로 아침을 해결 해줄 간장밥을 배웠다. 

스케쥴은 아침 6시에 기상후 구보를 시작으로 저녁 11시 취침까지 수업과 자습의 연속이었다. 선생님들은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서인지 수시로 반을 돌아다니며 학습태도가 안 좋은 학생들을 골라내어 원산 폭격등의 기압을 주었다. 기압을 주는 선생님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누군가를 폭행했다가 강제전역한거 같은 인상이었고, 그 인상에 제압당한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엎드려 뻗쳤다가, 머리도 밖았다가,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였다.

선생님들의 분위기 잡기가 끝날 때쯤이 되자, 수컷들의 서열경쟁이 시작되었다. 중3을 스파르타 학원을 보낼 정도면 두가지 케이스가 있을거 같다. 첫 번째로 하도 공부를 하지 않아 부모님이 억지로 집어 넣은 케이스와 두 번째로 물리적인 거리두기를 통하여 나쁜 친구들과 몰려 다니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적절히 섞여 있었는데, 첫 번째 아이들은 그냥 공부만 안하였지만 두 번째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몰려서 패거리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서열싸움이 시작되었다.

쓰메끼리라는 별명이 붙은 그 아이는 풍납동 사천왕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역시 중2병이군 하는 생각에 웃기지만 본인의 심사를 거스르는 아이들에게 쓰메끼리처럼 날카롭고 짜친 폭력을 행사하여 왜 본인이 사천왕인지 잘 알려주었다. 그 외에 좀 노는 아이들끼리의 서열 다툼과 못 노는 아이들을 상대로한 노는 아이들의 어필시간이 혼탁하게 섞여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움이 일어나고 얼마후에 서열이 정리되었고 그 후에는 나름의 평화가 찾아왔다.

사실 나도 반이 다른 어떤 아이가 자꾸 야려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같이 눈빛으로 응수를 해주었는데 반이 달라서인지 별다른 트러블은 없었다. 후에 듣기로 그 아이는 대학생도 때리고 다녔던 몹시 거친 아이었 다고 하고, 난 반이 달랐던 것에 안도하였다. 예상치 못한 큰 위기가 하나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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