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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Nov 18. 2022

공부왕 장연우

얼마전부터 끝내주게 무서운 게 보고 싶었다. 별다른 게 없어서 보고만 싶다가 곡성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 스릴이 떠오르고, 결말을 안 상태에서 보면 어떨지가 궁금했다. 플레이 시간을 보니 2시간 30분정도. 보통 장연우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10시~11시인데 장연우 재우고 나면 시간이 너무 늦을 거 같았다.


장연우가 벌써 5학년인데, 왜 재워주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거 같다. 나도 궁금하다. 이 덩치 큰 놈을 왜 재워줘야 하는지? 첫 단추부터 잘 못 껴진 거 같은데 장연우 어릴 적에 10시면 자는 습관을 들이려고 유인책으로 다리랑 발 마시지를 해 주었다. 10시전에 침대에 누우면 해주고, 안 누우면 안 해주는 식으로. 마사지는 키 크고 다리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초창기엔 유튜브 보고 열심히 했는데. 장연우가 큰 만큼 내가 늙었기 때문에 이제는 예전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간략하게 10분정도? 여튼 어릴 때는 마사지의 고마움을 모르고 시간을 안 지키더니 요즘은 칼같이 9시 50분에 마사지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주말까지 기다린다면 12시를 넘겨도 되겠지만, 주말까지 기다리긴 싫어서 연우한테 아빠는 영화를 볼 테니 너는 알아서 자라고 하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단호하게 말하는 아빠를 보고 연우는 당연히 말을 듣지 않았고, 계속 옆에서 재워달라고 버티고 있었다. 곡성은 아이들과 봐서는 안될 영화. 옆에 장연우가 있으면 플레이 할 수가 없었다. “이 영화는 상영 시간이 2시간 반이나 되는데, 아빠는 12시에 자야 하니 안된다.”고 양해를 구하니. 지금은 9시 20분이니 자기 10분 마사지 해주고 영화보면 되지 않냐고 반문한다.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이미 안주를 세팅하고, 캔맥주를 하나 깐 상태였기에. 상온에서 캔맥주가 10분간 미지근해 질 것을 생각하면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안 나가고 버티는 장연우와 내보내야 하는 나. 잠깐에 대치 끝에 나는 비열한 어른의 수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빠가 이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어제 문제집 틀린 거 다 풀었어?”

너무 하다고 마루로 나가는 장연우를 보고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영화를 플레이 하였다.


그런데, 약 2분뒤에 장연우가 아빠를 간절히 부른다. 잘 모르겠단다. 맥주 식기전에 빠르게 설명해 주고 다시 한번 선택지를 주었다.

 “근데, 밤 늦게 피곤하지 않아? 일단, 자고 내일 풀어도 돼.” 

하지만 갑자기 공부의 신이 접신했는지 끝까지 풀고 자겠다는 아들을 두고, 다시 곡성과 맥주가 기다리는 방으로 갔다. 


영화에 집중할 만하니 또 아빠를 불러 된다. 공부하겠다는데 안 갈수도 없고… 가보니 시덥지 않은걸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밤새도록 불러 될 거 같아서. 재워준다 하니 바로 펜을 던지고 지 방으로 가는 장연우… 


대충 마사지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맥주는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고, 두번째 본 곡성은 크게 재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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