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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Nov 26. 2022

효율왕 장연우

얼마 전 유브를 틀었는데, 추천 영상으로 ‘전국 석차 0.1% 아이들의 숨겨진 비밀’이란 영상이 뜨는 것이었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특강의,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의 강연 영상이었다.

때마침 장연우가 옆에 있길래 그 영상을 눌렀다. 연우가 이 영상을 보고 0.1% 아이들의 숨겨진 비밀을 깨우치길 바라는 부모의 욕심이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뭐. 꼭 0.1%가 안 되더라도 뭔가 좋은 영향이라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내가 이 영상을 클릭함으로써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장연우의 추천 영상을 좀 더 공부에 유용하게 이끌어 줬음 하는 마음도 약간 있었다.


김경일 교수는 이해를 돕는 쉬운 설명과 재치 있는 농담으로 강연을 이끌어갔고, 장연우도 나름 집중해서 듣는 듯하였다. 0.1%의 비밀은 이것이었다. 메타인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의 차이는 자신이 알고, 모르고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단어시험을 보면 0.1%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몇 개 틀릴지를 정확히 맞추는 반면. 일반적인 아이들은 예측이 천차만별이라고 하였다.


또, 인성이 좋다고 한다. 그냥 착한 것이 아니라 남들의 질문에 귀찮아하지 않고 답변을 잘해준다고 한다. 답변을 해주면서 한번 더 복습하고. 설명이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선 순환의 과정? 막연하게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정확히 설명을 해 줄 수 있어야 진정한 지식이라는 말이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고, 동의가 되었지만 장연우의 집중력은 아쉽게도 10분을 넘어갈 때쯤 사라져 가는 것 같았고. 나는 나의 의도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였다. 역시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


며칠 후에 갑자기 장연우 영어공부는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 영어학원은 단어 시험을 보는데, 몇 개 안 틀리면 통과고, 그 이상 틀리면 숙제와 재시험이다. 한동안 부모의 관심이 떨어진 틈에 장연우가 누적 3회 재시험 상태에 있다가. 아내한테 걸려서 된통 혼난 후에 종종 숙제를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 같아서 물어봤다.


“연우야, 요즘 영어학원 시험은 잘 보고 있어?” 

 “그럼, 다 통과하고 있지.” 

 “오~ 대단한데, 그럼 다 맞는 거야?”

 “아니, 5개까지는 재시험 안 봐서 5개까지만 틀리고 있어.” 

5개 틀리면 75점이다…

“이왕 공부하는 거 100점을 노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아빠. 전에 유튜브 영상 기억 안 나? 0.1% 아이들은 자기가 몇 개 틀릴지 정확히 아는 거. 나 0.1%야~” “… 그래 대단하다.”

정말 대단한 놈이다.  역시 부모의 삿된 욕망은 실패하기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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