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양보하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2014년 10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렸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달리기 시합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6학년 차례였다.
조별로 다섯 명씩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아이들은 저마다 이를 악물고 달렸다. 여러 조의 경기가 끝나고 다음 조 다섯 명이 출발선에 섰다.
그때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꼴찌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야.”
“말하나마나지.”
가만 보니 다섯 명 중 한 아이가 지체장애아였다. 키가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작고 퉁퉁한 그 아이는 출발선에 선 채 울상을 지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출발 신호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역시 네 명의 사내아이가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 나갔다. 홀로 뒤쳐진 아이는 뒤뚱거리며 혼신을 다해 뛰었지만 친구들을 쫓아갈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렸다.
바로 그때였다. 30미터쯤 앞서 달리던 네 명의 아이들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꼴찌로 오는 친구를 기다렸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쟤, 쟤들, 뭐 하는 거야?”
학부모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입을 헤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네 명의 아이들은 장애 친구의 손을 잡은 채 그 친구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뛰었다. 그러고는 다섯 명이 함께 일등으로 골인했다.
그 순간 운동장이 떠나갈 정도로 큰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운동회 때마다 꼴찌를 도맡아 했던 그 아이는 결승선을 통과한 후 결국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다같이 일등이 될 수 있어요!’
네 명의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우리 어른들에게 일러준 훈훈한, 그리고 아름다운 메시지였다.
-한겨레신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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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제일초등학교 이야기다. 이 미담이 보도된 후 장애 아이의 큰누나는 이런 글을 남겼다. “제 동생은 연골무형성증으로 키가 작습니다. 가을 운동회를 가장 싫어하지요. 그런데 그날 제 동생은 친구들과 함께 일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우리 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