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둑괭이 Oct 31. 2022

살아남은 자의 슬픔

두려움 없는 정치, 책임지지 않는 자


  흑인 래퍼 Kanye West는 불세출 스트릿 스니커즈계의 신성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그가 나이키와 시작했던 AIR Yeezy는 큰 인기를 얻었고(2009~13), 곧이어 아디다스와 협업(2014)을 통해 탄생한 Yeezy Boost 시리즈는 아디다스라는 브랜드를 스트릿 스니커즈의 한 축으로 만들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yeezy boost

  하지만 아디다스는 지난 25일 카니에 웨스트와의 파트너십을 즉각 종료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곧바로 전 세계 모든 아디다스 홈페이지에 있는 Yeezy 메뉴를 삭제했고 이미 생산된 제품도 폐기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Kanye West와 의류 협업을 진행하고 있던 GAP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미 9월에 협업을 중단했고 관련 제품도 다 폐기한 상태”라며 선긋기에 나섰지요.


  럭셔리 브랜드 Balenciaga, 패션잡지 Vogue는 Kanye West와 어떠한 일에도 연관되어 있지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스니커즈 브랜드 Sketchers는 ‘지난 26일 날 Kanye West가 LA에 있는 Sketchers 본사에 사전 연락 없이 방문해서 쫓아냈고 그와 관계없을뿐더러 앞으로도 일할 생각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이 모두가 지난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Kanye West

  Kanye West는 10월 3일 파리 Yeezy 시즌9 패션쇼에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가 아닌 ‘White Lives Matter.(백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런어웨이에 선보이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Black Lives Matter’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 민권운동의 대표적인 표어인데 이를 비꼰 것이지요.

2020년 흑인 인권시위

  다른 유명인들이 이런 Kanye를 지적하고 비난하자 Kanye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에게 나를 저격하라고 지시한 유대인들에게 그 누구도 나를 위협하거나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당신을 본보기 삼아 보여주겠다’며 대응했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유대인들에 대해 데스 콘 3을 발동할 것이다’ 유대인으로 전선을 확대해버렸습니다.


  본인 말처럼 ‘성공한, 돈이 가장 많은’ 미국계 흑인 Kanye West는 흑인 인권운동을 비하하고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심으면서 그의 모든 활동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중국도 뜨거운 논란이 생겼습니다.

  중국 국민 스포츠 브랜드, 중국의 나이키라 불리는 Li-Ning(리닝)은 지난 17일 발표한 겨울 신제품 라인이 2차 대전 당시 침략자 일본 군모를 연상시킨다며 웨이보를 통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weibo

  리닝 주식은 당시 14% 하락했고, 19일 리닝은 ‘많은 우려와 염려를 끼친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리닝은 억울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다른 것에서 영감을 얻었겠지요. 일본 군복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을까요? 하지만  중국 국민 스포츠 브랜드 리닝도 소비자의 역사인식과 기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Kanye West의 경우도 Ni-Ning의 경우도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 생각과 우려만 가지고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역사인식이지요. 신발, 모자, 옷이라는 패션의 영역도 인류의 보편적인 역사 인식과 달리 갈 수 없습니다.

  반역사적인 인식에 대해 두려워해야 하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며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일본 극우세력의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대표가 SNS에서 한 말입니다.


  이런 기가 막히는 이야기에 대해 많은 곳에서 친일 식민사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왜곡해 ‘친일 프레임을 덮어 씌운다’며 ‘가소롭다’고 했고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발 역사공부 좀 하시라’고 했습니다.


  한 명의 유명 사업가도 아니고, 유명한 브랜드도 아니고 한 나라의 집권정당 대표의 역사인식이 이러한데도 대한민국은 너무 조용합니다. 누구 말처럼 ‘역사공부 한 사람’이 많은 건가? 겁이 없습니다. 역사 앞에서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상품을 내리게 하고, 간판을 내리게 해도 부족한데 여전히 독립운동가, 의병, 독립군을 그 후세를 능멸하고 있습니다.


  Kanye West, Ni-Ning,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등 평론가적 관점에서는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오너 리스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SNS 리스크’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비즈니스의 중심축을 너무 오너 중심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하지요.

이건 결과론적인 말이고 껍데기일 뿐입니다.

  올 바른 사회인식,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느 곳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리스크입니다.


  지난밤 가슴 아픈 이태원 참사 소식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상중인데,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 아래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슬픔’만은 아닙니다.

                    

  이태원 참사에 희생당하신 분, 그리고 그 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팔리면 만들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