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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우 Sep 25. 2018

리허설은 없다

2_시간의 일회성一回性

 째깍, 째깍.

시간이 흘러간다.      


"시간이 흘러가는 거야, 어디 하루이틀이야, 새삼스럽게"

혹여 당신이 이렇게 말한다면,

“지금”이라고 말해보라.

“지금”이라고 말한 한순간은 어느새 과거가 된다.

과거가 된 ‘지금’은 빠르게 우리를 남겨두고 멀어진다.    

시간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맹렬히 질주한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해가 뜨고 지고,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오고 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태어나서 자라고 느끼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인생은 종종 드라마에 비유된다. 우리는 연극배우다. 이제 막 대본을 건네받았다. 동선動線을 점검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더듬더듬 감정을 실어 대사臺詞를 읽는다. 아직 무대에 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오프닝 뮤직이 울려 퍼지고 막이 올라가고 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조명에 눈이 부시다. 시야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하얗다. 사물의 윤곽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객석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다.      


리허설은 없다. 우리는 한 번만 무대에 설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결국 악몽이 되어버린다. 후회할 수밖에 없는 무엇이 된다. (이것은 조금도 개인적 의견이 아니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명백한 논리적 결론이다.) 나는 신의 장난 같은 이 난처한 상황에 맞선다.


나는 내가 선택한 후회를 하리라 다짐한다. 그거면, 된다.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나만의 것을 하면 된다. 우물쭈물 망설이며 관객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깊은 숨을 내쉰다. 그 무엇도 아닌 내 안의 나를 응시한다. 나에게 주문을 건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한, 하면 된다. 실은 그것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렇게 할 때, 그 무대는 나의 무대가 되고, 그 시간은 나의 삶이 된다. 비록 초라하고 옹색하여도 나의 무대와 시간이면 된다. 후회는 어차피 하게 되어 있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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