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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하 Iam May 24. 2024

남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

여행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



남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있다.

바로, 아침 6시 30분 해가 뜨는 모습을 볼 때였다.


나는 평소 아침잠이 많아서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남프랑스 여행을 하는 중에는 매일 새벽 6시쯤 눈이 저절로 떠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눈을 뜨면 고요하고 적막함 속으로 새소리가 들린다. 깜깜한 숙소를 둘러보다가 창문을 보고 해가 떴는지, 뜨기 전인지 확인하며 벌떡 일어났다.


'해가 떴을까?'


잠옷 바람으로 방을 나섰다. 내가 머물던 방은 숙소의 별채 2층이었다. 계단을 내려오면 숙소 뒤편으로 나온다. 숙소 1층으로 들어가려는데 문이 모두 닫혀있었다. 뭐지? 분명 어제 이 문으로 나와서 별채를 갔는데 아침에 내려와 보니 꽉 닫혀있었다. 내가 당황한 이유는 손잡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프랑스 숙소에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손잡이가 없다. 안에서 밖으로만 나올 수 있다.


당황하며 숙소 뒤편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서성이다가 건물을 따라 걸어갔다. 지금 내가 건물 뒤편에 있으니 따라가면 숙소 정원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내 생각이 맞았다. 해가 뜨고 있었고, 해가 뜨면서 붉고 파란빛으로 세상이 물들고 있었다. 나는 홀리듯 야외 정원까지 도착했다.


'와, 이게 남프랑스구나'

숙소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가 뜨면서 나무와 마을을 비추는 빛에 눈을 잘 뜨지 못했다.


숙소 위로는 초승달 모양의 달이 떠있다. 해도 뜨고 달도 떠있다. 새소리까지 완벽하다. 온몸으로 자연을 보고 느끼는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경롭다고 표현하면 될까?


사진 찍으면 강원도인지, 서귀포인지

나처럼 일찍 일어난 언니가 있었다. 남프랑스 소규모 여행 일행 중 혼자 온 언니였다. 언니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정말 세수도 안 하고 잠옷 바람으로 달려왔는데 너무 좋아서 사진을 안 남길 수 없었다. 햇빛과 함께 찍기도 하고, 숙소를 배경으로 찍기도 하고. 결론은? 앞모습 사진은 가관이다. 뒷모습은 그럴듯하다.


언니와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했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긴 했는데 사실 여기가 강원도인지, 경기도 양평인지, 제주도 구좌읍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언니의 남편은 남프랑스 사진 보고 '강원도냐'라고 했단다.


'제주도에도 이런 장소가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제주도 가면 동쪽, 서쪽, 서귀포까지 놀러 많이 다녀야겠다. 낭만이 가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떠오르는 해를 보고, 글을 쓰고,

온몸으로 여행하고, 쉬고

내가 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


30-40분가량을 떠오르는 해를 보고 우리는 헤어졌다. 아직 사촌동생이 자고 있어서 우리 방은 깜깜했다. 나는 창문 앞에 있는 책상에 앉았다. 어제 다른 곳에 있는 책상을 일부러 옮겨온 책상이다. 큰 창문 너머로 멋있는 뷰를 보면서 모닝페이지를 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나는 책상에 앉아서 30분가량 모닝페이지를 썼다.


내가 이번 여행에 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하루종일 SNS 하지 않고 온몸으로 살고, 저녁에 와서 요리해서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반신욕이나 목욕하고 쉬는 것. 자기 전에 오늘 보고 듣고 깨달았던 것을 데일리 플래너에 기록하고 잔다. 다음 날은 알람 없이 눈을 떠서 일출 보고 요가하거나 러닝을 하고 모닝페이지를 쓰고 글 1편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아니면 잠자기 전에 좋아하는 잠옷을 입고 글을 쓰거나.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한 날은 없었다. 어떤 날은 일출을 보고 모닝페이지만  쓴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온몸으로 여행하고 뻗어서 기록하지 못한 채 지나간 날도 있다. 늦게 일어나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해를 보고 와서 모닝페이지를 쓰지 못하고 바로 여행을 시작한 날도 있다. 샤워 후 잠옷을 입고 숙소 거실에서 브런치를 쓰기도 했다.


요가나 러닝을 하지 못한 이유는 평소에 전혀 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러닝복을 다 챙겨 왔는데 러닝 할 생각조차 못하다니. 역시, 모든 것은 평소에 하지 않던 건 못하게 되어있다. 러닝이나 요가를 시작해야겠다. 그럼 다음 여행에선 가능하지 않을까?


아침잠이 많은 내가 12시에 자도, 새벽 2시에 자도 새벽 6시에 눈이 번쩍 뜨인 건 여행하는 기간 내내 건강하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하지 않았고, 하루종일 몸을 움직였다. 새로운 것을 보면서 감탄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를 보고, 햇빛도 쬐었으니 뭐 말을 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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