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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Dec 02. 2024

장단의 해체를 통해 보는 '전통의 미래'




국악과 무용, 미디어아트의 만남

 

전통 장단의 해체를 통해

'전통의 창작'과 '창작의 미래'의 해답을 찾아가다

 

‘국악앙상블 불세출’(대표 배정찬)의 하반기 기획공연 <장단>이 2024년 12월 13일부터 14일까지, 평일 19시 30분, 주말 18시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진행된다. 불세출은 2006년 창단되어 해금, 피리, 장구, 거문고, 대금, 아쟁, 가야금, 기타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 여덟 명의 연주자가 모여 다양한 음악적 실험 및 개성을 고스란히 녹여내는 팀이다.


<장단>은 전통예술의 중요한 역할을 맡은 장단의 구조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근원과 형식을 활용한 음악적 실험작품이다. 2021년 초연 이후, 2024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불세출의 야심찬 하반기 기획공연이다.


불세출은 이 작품을 통해 전통예술인들에게 ‘전통의 창작’이라는 2개의 상반된 주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불세출의 음악적 특징이나 신념인 전통의 기존 무게감을 지켜내며, ‘전통으로 남겨진 것’과 ‘창작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전통’에 대한 연결성을 이해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의 창작된 사물놀이가 지금의 전통이 되었듯, 훗날 미래의 전통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마주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과 찾아가는 과정을 실현해보는 <장단>은 전통예술에서 중요 역할을 맡고 있는 ‘장단’을 중점으로 두고 진행한다.

 

장단은 춤과 음악을 구성하는 근원이자, 구성에 따라 감정과 상황을 바꾸기도 한다.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미디어 비주얼아트, 그리고 악기 선율을 한 공간 속에 함께 녹여내 이러한 장단의 역할을 세밀하게 탐색하고 활동 범위를 넓혀간다. 이러한 작업은 전통의 미래를 위해 진중하게 음악을 연구하고 창작 작업을 실행하는 불세출의 예술적 비전과 행보를 관객에게 전달할 것이다.


<장단>의 작품 구성은 크게 2개의 파트로 나뉜다. 전통음악 창작의 기초가 ‘장단’이라 할 때, 첫 번째는 ‘오채질굿’을 2박, 3박으로 분해해 새로운 하나의 장단으로 혼합하여 공간을 채운다. 두 번째는 ‘거무장 장단’을 통해 리듬이 있는 형태에서 복합적인 장단을 가지고 춤과 함께 놀아보는 것이다.





[공간의 시간]이라는 곡 제목이 붙은 첫 번째 파트는 ‘오채질굿’을 2박-3박으로 분해해 새로운 장단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각 악기들이 무음에서부터 악기에서 순간적으로 발생되는 음정 혹은 악센트를 발견하여 자기만의 리듬을 구축해나간다. 그러면서 2분박, 3분박을 해체하며 장단의 활동 범위를 넓혀 간다. 이를 다시 하나의 장단으로 합치며 새로운 장단을 제시하고, 무용수들은 소리에 따라 움직임의 반응을 즉흥적으로 나타낸다.


두 번째 파트 [거무장 장단]은 동해안 살풀이 ‘거무장 장단’을 통해 리듬이 있는 형태를 해체하여 복잡하지만 규칙적인 장단의 유려함을 선보인다.


두 파트 모두 불세출이 해석한 장단의 해체 과정, 타점의 악센트와 무용수들의 움직임 적용을 Motion+Sound Visualization 기술의 재개발 작업을 거쳐 관객들도 직접적으로 느끼며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로 표현할 예정이다. ‘오채질굿’과 ‘거무장장단’을 분박하고 재해석하며 탄생한 새로운 장단의 흐름은 비주얼아트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다시 해석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융화된다.


공연을 앞두고, <장단>을 만든 창작진에게 이번 공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불세출 <장단> 공연은 전통장단의 해체를 통한 확장작업으로 미래의 전통 장단을 제시해보고자 하는 공연입니다. 불세출이 재해석한 장단을 듣고 어떻게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용진/황태인(안무, 무용): 장단이 우리 고유의 가락이듯이, 춤 또한 전통의 힘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불세출이 제시하는 새로운 장단의 음악에 안무가 겸 무용수로서 전통의 맥과 더불어 조금 더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정서를 담고자 합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음악과 움직임을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러한 시도를 통해 미래의 춤-미래의 음악이 제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그럼 미디어아트 작가님은 불세출이 재해석한 장단을 듣고 비주얼아트를 어떤 방식과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허이나(미디어아트 작가): 불규칙한 소리, 움직임의 겹이 하나씩 쌓이며 새로운 장단이 되어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흑백의 정적이고 간결한 표현으로 시작하여 선과 면, 화려한 색채로의 확장을 통해 전통 장단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확장하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실시간으로 장단의 연주와 무용수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변환하여 생성하는 오디오비주얼 및 모션 트래킹 그래픽을 비주얼 요소로 활용하여 무대에 빛으로 입힙니다.

 

 

Q. 공연이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각각 '오채질굿'과 '거무장 장단'을 메인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김용하(음악감독/작곡): 우선 오채질굿은 <장단>을 시작하게 된 동기였어요. 처음 배울 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되짚어보니 굉장히 다양하고 불규칙한 리듬의 모음들이 어떻게 정착되어 하나의 장단이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거든요.

 

지금 우리가 전통음악의 기본으로 사용하는 장단은 대부분 규칙적인 것을 반복하며 음악의 이면에 맞게 즉흥적으로 혹은 익숙함으로 구성합니다. 그렇다면 ‘불규칙의 규칙’이 성립되었을 때는 어떤 과정과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며 박의 기본 골격인 2박과 3박의 혼합인 오채질굿을 해체하고, 다른 구성으로의 전개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이 곡을 선택했어요.


다음으로, 2부 메인인 거무장 장단은 12박의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굿거리나 타령, 중중모리와는 가락의 구성이 좀 다릅니다. 하지만 이 거무장 장단은 박을 당기고 쪼개고 다시 쪼갠 것을 합쳐 다른 장단으로의 유연한 넘김을 갖고 있는, 어찌 보면 점이 점점 많아져 선을 이루고 다시 면을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움이란 어떤 과정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곡을 선택했습니다.

 

 

Q. '공간의 시간'이라는 1부 제목이 인상적인데, 그 의미에 관해 설명을 좀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용하(음악감독/작곡): 시간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정해졌을까? 우리가 각자의 공간이 독립되어 있고 환경이 다르다면 같은 시간을 인지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다 보니 음악은 소리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소리의 울림을 어느 시간만큼 내놓으며 움직임을 만드는지에 따라, 그리고 그 형태를 얼마큼 인지하는지에 따라 음악과 음악 아닌 것의 기준도 정해지는 게 아닐까요?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규칙적이든 불규칙적이든 소리가 울리는 그 공간에서 최소한의 시간의 단위가 박이라면, 그것을 2분박과 3분박의 최소 단위로 규정하여 각각의 박의 단위에서 소리와 몸의 움직임은 어떻게 움직여질 것인가 고민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1부 제목을 ‘공간의 시간’이라 제시해보았습니다.

 

 

Q. 2021 초연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윤미(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장단을 해체하고 그것을 각각의 창작 파트가 해석하여 한 공간에 융합시키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열린 결말을 제공합니다. 공연장을 하나의 전시공간으로 해석하여 장단을 마주했을 때 관객들이 각자 마주하는 감각들이 낯설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프로시니엄 무대보다 블랙박스 무대를 선호했죠. 또한 우리가 같은 예술품을 봐도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처럼, 불세출과 협업 창작진들이 선사하는 표현들이 정답이 아니라 한 과정임을 알리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구성했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장단을 시각화한 미디어아트의 표현법입니다. 초연 때는 LED로 장단의 길이와 타점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는데, 장단을 통해 움직이는 연주와 움직임의 세세한 표현을 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초연 때부터 하고 싶었던 비주얼라이제이션 요소를 구현하여 사운드와 움직임의 흐름과 미래의 전통 장단에 대한 제시/고민을 드러내보고자 하였습니다.

 

 

Q. 국악에 무용과 미디어아트의 요소가 더해져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공연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무엇에 집중하여 감상하면 좋을까요?

 

김윤미(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국악에 무용과 미디어아트를 더한 것은 불세출이 해석한 미래의 전통장단을 관객에게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현장에서 무용수들의 움직임 언어와 미디어아트에 집중하며 불세출이 표현하는 혼합된 장단을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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