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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마음을 지키는 다정함의 힘이 담긴 일러스트, 파과

by 아트인사이트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7년 차 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아티스트 파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항상 타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 그림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껴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빠르게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던 이유는 '타투'라는 분야에서 저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타투도 물론 의미가 깊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 안에서만 해결되지 않는 허전함이 마음 깊은 곳에 계속해서 있었어요. 그 갈증에 대한 저의 인내심이 한계점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도전할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가해 제 그림을 타투라는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결심하게 되었고,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저의 일러스트 계정 이름은 [파과의 초여름 작업실]이에요. 초여름, 그중에서도 섭씨 24도의 날은 저에게 항상 기다려지는 이상향 같은 존재예요.


작년은 제게 커리어적으로도 열심히 보낸 한 해였고, 새로운 분야로도 한 발짝 내디딘 해여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작업한 작품들 속에서 헤매다가 안개가 걷히듯 저의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이 탁 트이게 된 순간이 바로 작년 초여름이었어요. 한창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를 준비하던 때였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완벽하다, 행복한 날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온도를 확인해 보면 정확히 섭씨 24도였어요. 정말 1도도 틀리지 않고 말이에요.


그래서 섭씨 24도의 초여름은 저에게 제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최적의 날씨였어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마주하고 있어도 그리운 존재’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저에게 초여름이 그런 존재예요. 한여름이 오기 직전, 완전히 뜨겁고 무언가 터질 것 같은 순간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는 그 순간이요.


제가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들을 돌아보면 조금씩 다르긴 해도 큰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기대하는 마음’이에요. 안주하거나 끝내지 않고 더 나아가 계속해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마음을 저는 저의 그림 속에 항상 담아왔어요. 그래서 ‘초여름’이라는 단어 속에 제가 작품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심장을 지키는 파수꾼]은 심장이 가운데에 있고 호랑이 두 마리가 보초를 서듯 지키고 있는 그림인데, 제가 마음이 힘들 때 구상했던 그림이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심장을 지키는 모습의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몰입하여 스케치한 그림이었어요. 아마도 저의 가장 여린 마음을 더 강한 존재에게 보호받고 싶다는 솔직하고 여린 감정에서 비롯된 그림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초석이 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는 수작업으로 그리려 했지만 결국 디지털 그림으로 완성한 작품이거든요. 그 당시 디지털작업이 아닌 수작업을 정말 오랜만에 시도했는데, 워낙 오랜만에 그리는 수작업 그림이다보니 제 마음대로 그림이 잘 안 그려져서 굉장히 속상했던 기억이 나요. 그 사실이 너무 힘들어서 밤에 침대에 누워 울기도 했었죠. 그래서 한동안 그림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어떻게 해서든 완성시키고 싶다는 마음에 디지털로 옮겨 그림을 계속 이어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즐겁게 작업을 이어나갔고 만족스럽게 완성할 수 있었어요.


이 그림은 제가 추구하고, 그리고 싶어 하는 '여린 진심'을 정말 온 마음을 다해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에 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마음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그림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제가 갖고 있었던 불안함이 많이 씻겨졌어요. 이것이 지금의 저에게 무척이나 좋은 감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제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저의 인터뷰를 읽어주신 분들, 그리고 저를 계속 지켜봐주시는 분들 모두 제가 그림이라는 존재를 찾고 자유로워진 것처럼, 그분들도 그분들만의 존재를 찾아 자유로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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