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날씨가 추워지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아직 11월이지만, 이미 카페에서는 캐럴풍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캐럴인가 싶다가도, 막상 거리에 나가보면 사람들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는 시기다.
매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화가 있다. 모든 내용을 알아도, 다음 해가 되면 자연히 찾게 되는 영화들이. 나에게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그렇다. J. K. 롤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해리 포터 실사 영화 시리즈는, 편당 해리의 한 학년을 다룬다. 때문에 거의 모든 편에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장면이 그려진다.
볼드모트와 전면적으로 대립하는 후반부에서까지도 크리스마스는 큰 행사로 취급받으며 긍정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어둡고 차가워지는 분위기, 그러나 그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따뜻함을 만들어내는 영화 속 인물들. 겨울이면 해리 포터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어쩌면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해피 크리스마스, 해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더즐리 가족에게 학대받으며 자라온 ‘해리 포터’가 처음으로 자신이 마법사임을 알게 되어 마법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이야기다. 해리가 입학한 마법 학교인 ‘호그와트’에는 긴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보통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여행으로 자리를 비운 해리의 절친 ‘론 위즐리’와,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해리는 호그와트에 남기로 한다.
해리는 크리스마스 아침, 론의 외침에 깨어 “해피 크리스마스, 해리.”라는 인사를 듣는다. 그리고 난생처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다. 발신자 불명의 카드와 함께 전달된 투명 망토와, 론의 어머니 ‘몰리 위즐리’가 직접 만든 자신의 이름 이니셜이 새겨진 스웨터였다. 계단 밑 벽장에서 지내던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론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며 따뜻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 친구 집에서 이브를 보내고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부터 영화 채널에서 보기 시작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아직까지 나를 추억에 잠기게 한다. 영화를 시청할 때 그 따뜻한 침대의 온도, 또 영화 속의 벽난로와 스웨터, 주인공 해리의 미소까지. 특히 크리스마스 씬은 해리가 처음으로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는 장면이라서 가슴 속까지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 10시 32분 59초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크리스마스 당일 자정에 론의 “해피 크리스마스, 해리.” 대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론에게 크리스마스 축하 한마디를 듣고 싶으면 시도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호그스미드의 겨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는 마법사 마을 ‘호그스미드’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호그와트에서는 3학년 이상의 학생들이 보호자의 서명을 받은 서류를 제출하면 호그스미드로의 외출을 허용해 주는 규칙이 있다. 그러나 해리는 3학년이 되었음에도 보호자인 이모부, 더들리 더즐리에게 서명받지 못해 호그와트 성 안에서 친구들을 구경하는 신세였다.
결국 위즐리 쌍둥이에게 도움받은 해리는 1학년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투명 망토를 쓰고 비밀 통로를 통해 몰래 호그스미드로 나간다. 눈이 잔뜩 쌓인 호그스미드를 돌아다니던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가 말포이에게 욕을 듣고 있는 것을 마주친다. 해리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말포이 패거리에게 눈덩이를 던지고, 바지를 벗겨버리는 등 실컷 놀라게 한다. 말포이 패거리가 부리나케 도망치는 장면이 백미.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서는 호그스미드의 가게, ‘스리 브룸스틱스’가 등장한다. 로즈메르타 부인이 운영하는 이 가게에서 학생들은 따뜻한 ‘버터 맥주’를 즐겨 마신다. 이름에는 ‘맥주’가 들어가지만, 실제로 알코올이 함유된 것은 아니라 미성년 마법사도 마실 수 있는 음료다. 밖은 추운 겨울이고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있는데, 가게 안에서 재킷을 벗고 마시는 따뜻하고 달콤하면서도 진한 음료를 떠올려보라.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리 포터 시리즈를 다시 펼쳐본다.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다시 보게 되는 이유는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늘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아름답기에. 올해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지난해보다 더욱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