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뒤, 나의 블로그는 다시 고요한 섬이 되었다. 네이버 메인 노출이라는 신기루 같은 경험은 나에게 씁쓸하지만 귀한 교훈을 남겼다. 나는 더 이상 숫자의 노예가 아니었다. 하루 방문자가 열 명이든, 백 명이든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오늘도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썼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블로그는 그렇게 나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퇴근 후 한두 시간, 주말 오후의 나른한 시간. 그 시간들은 온전히 책과 나, 그리고 노트북의 하얀 화면을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탈락의 아픈 기억도, 두 번째의 짜릿했던 경험도 모두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되었다. 나는 그저 오늘의 글을 쓸 뿐이었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지 꼬박 두 달이 되던 날이었다. 어차피 블로그를 수익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내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 수 있는 수익을 욕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다시 애드포스트 재신청을 했다. 이번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심장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어차피 또 떨어지겠지.’
그것은 비관이 아니라, 지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차분한 현실 인식에 가까웠다. 하루 방문자는 여전히 두 자리를 겨우 넘나들었고, 전체 게시물 수도 이제 막 서른 개를 채웠을 뿐이었다. 네이버가 요구하는 ‘양질의 콘텐츠가 풍부한 미디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대조차 하지 않으니 실망할 것도 없었다. 나는 마치 공과금을 납부하듯, 아무런 표정 없이 신청 버튼을 눌렀다. 몇 가지 정보를 기입하고 확인을 누르자,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라는 팝업이 떴다. 나는 곧바로 창을 닫고 그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나는 신청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아내와 결혼하고 신혼여행 중이었다. 그날은 잠깐 이동하는 시간이 있어, 해외에서 스마트폰으로 쌓인 메일들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광고성 메일들을 습관적으로 삭제하던 내 손가락이 순간 멈칫했다.
발신인: [네이버]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또 ‘등록 보류’라는 차가운 단어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나는 여전히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냥 열어보지 말까. 삭제해 버릴까. 몇 초간의 짧은 순간,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떨리는 손끝으로 메일을 터치했다.
로딩되는 그 찰나의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메일의 본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내 시선은 다른 어떤 문장보다도 제목 바로 아래, 가장 중요한 문장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회원님의 미디어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깜빡이고 다시 보았다. ‘보류’가 아니라, 분명히 ‘완료’였다. 믿을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문장을 읽었다. “회원님의 미디어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그제야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깊은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나는 곧바로 이 사실을 아내에게 알렸다. 제 일인 것 마냥 아내는 행복해했다. 신혼여행 중에 이런 큰 선물을 받을 줄이야. 이것은 단순히 광고를 달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1년 전, 처참하게 실패하고 ‘나는 안 되는 인간’이라고 낙인찍었던 과거의 나에게 건네는 완벽한 위로이자 승리였다. 조회수 폭등이라는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나의 꾸준함과 진심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첫 번째 순간이었다.
나는 앱을 켜고 내 블로그에 접속했다. 그리고 관리 페이지의 ‘애드포스트 설정’ 탭을 클릭했다. 그곳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고 설정 메뉴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 간단한 메뉴 하나가 나에게는 세상 그 어떤 상장보다도 값지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아주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 나도… 할 줄 아는 인간이구나.’
그것은 요란한 환호가 아니었다.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들뜬 마음도 아니었다. 그저 지난 몇 달간의 서툴렀던 걸음들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나 자신을 향한 온전한 긍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