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건네는 처방전 같았던 글을 발행하고, 나는 정말로 후련했다. 누가 읽든 읽지 않든 상관없었다. 내 안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나의 부끄러움을 직면하고, 그것을 글로 써냈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구원이었다. 발행 버튼을 누른 뒤, 나는 미련 없이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블로그를 완전히 잊고 지냈다. 통계 페이지를 들락거리는 어리석은 짓은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평범한 저녁이었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네이버 앱에서 연달아 알림이 울렸다. ‘OOO님이 회원님의 게시글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XXX님이 회원님의 게시글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스팸이거나, 이웃 블로거의 의례적인 방문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알림이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1분에 한두 개씩, 꾸준히. 뭔가 이상했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있나?’
나는 반신반의하며 블로그 앱을 켰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안부 게시판도 아닌, 며칠 전 발행했던 바로 그 서평 게시물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공감’을 나타내는 하트 숫자는 세 자리를 넘어가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통계 페이지에 들어간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일간 조회수: 12,487’
잘못 본 게 분명했다. 하루 조회수가 30을 넘으면 감지덕지했던 내 블로그였다. 나는 눈을 비비고 앱을 껐다가 다시 켜봤다. 숫자는 그대로였다. 아니, 그 짧은 순간에도 몇십 단위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패닉에 가까운 상태로 인터넷을 뒤져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썼던 그 서평이,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책’ 섹션에 소개된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그 거대한 광장의 한복판에, 나의 작고 초라한 글이 걸려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조회수 그래프를 멍하니 바라보고, 새로 달리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작가님 글에 너무 공감돼서 울컥했어요.”
“저도 숫자 때문에 블로그를 포기할 뻔했는데, 용기를 얻고 갑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경험이었다. 내 진심이, 나의 실패담이 누군가에게 가 닿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1년 전, 그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했던 공허한 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짜릿했다. 세상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그래, 역시 진심은 통하는 거였어.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밤새도록 그런 들뜬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뜨거웠던 축제는 정확히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확인한 블로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해져 있었다. 밤사이에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콘텐츠가 교체된 것이다. 어제 시간당 수천을 기록하던 조회수는 다시 시간당 한두 개 수준으로 돌아와 있었다. 북적이던 광장은 하룻밤 사이에 텅 비어버렸고, 그곳엔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다.
온몸의 피가 빠르게 식어 내리는 듯한 허탈감이 밀려왔다. 어제 나를 응원해주던 수만 명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의 공감과 칭찬은 정말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우연히 눈에 띄었기에 잠시 머물렀던 하룻밤의 꿈이었을까.
마음 한편에서는 어제의 그 폭발적인 반응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는 위험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하면 또 메인에 걸릴 수 있을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는 뭘까? 어제의 성공 방정식을 분석하고 재현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1년 전의 실패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나는 텅 빈 블로그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들뜨면 안 되는구나.’
그것은 씁쓸하지만 아주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어제의 그 화려했던 숫자는 진짜 내 것이 아니었다. 그건 거대한 플랫폼이 잠시 빌려준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진짜 내 것은 그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는 것들이었다. 수만 개의 조회수가 아니라, 내 글을 읽고 진심 어린 댓글 하나를 남겨준 그 몇몇의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을 겪으며 조금 더 단단해진 나 자신의 마음.
나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조회수 그래프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얻은 인기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반짝이는 불꽃놀이가 아니라, 작더라도 꾸준히 타오르는 나만의 모닥불을 지키는 일이었다. 나는 그날, 블로거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의 근육 하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