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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감 Nov 01. 2021

꾸준한 리듬

인생에 담금질이 필요한 순간

부쩍 추워진 아침 공기를 맞으며 부지런한 해의 뒤꽁무니를 쫓아 매일 출근길에 오른다. 도로 위를 꽉 채운 자동차들,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는 직장인들, 가게 단장에 나선 상인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루를 연다.


매일 펼쳐지는 같은 듯 다른 풍경. 무심결에 눈으로 좇는 곳은 할아버지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다.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면 어김없이 가게의 불을 켜고 테라스에 의자를 두고 원두 기계를 작동시킨다. 자로 잰 듯 일정하게 움직이는 몸. 하얗게 센 머리와 달리 매일 이어지는 그 움직임은 지치지 않는 꾸준한 리듬을 담고 있다.


가끔 그 풍경을 곁눈질하며 생각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무던히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일. 그 일이 가장 존경스러운 일이라고. 매일 문을 여는 그 동작에서는 우아함이 묻어났다. 지독히도 비슷한 출근길 풍경 속 그 움직임이 유난히 눈에 밟힌 이유는 그 꾸준함을 닮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많이 듣고 깨달은 점은 무엇이든지 꾸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성질이 급해 단기간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실망하고 의미를 잃어버리는, 못된 버릇이 있다. 학기 단위로, 개인 중심으로 살아온 지난 6년간의 대학 생활은 이런 성향을 더욱 가중시켰는데 그 때문인지 1년을 하나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일도 무척 어렵다.


아이디어를 내고 급발진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는데, 이를 무던히 끌고 가며 결과를 크게 키워내는 일에는 여전히 면역이 없다. 하루 성과에 일희일비하고 노력 없는 조바심에 고민만 늘어간다. 그리곤 후에 '고민할 시간에 작은 행동 하나라도 했어야 한다'며 후회한다.


무엇이든지 꾸준히 쌓여야 성과를 내고 결과를 증명한다. 생각만으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고민을 안고 끙끙 댈 시간에 한 가지라도 나를 위해 행동하는 일이 필요하다. 심지어 인간은 본디 무기력한 동물이기에 지속해서 자극을 줘야만 생동감 있게 살 수 있다. 6개월 차 신입은 매일 새로운 과제 아닌 과제를 맞이한다. 힘들다고 끙끙대던 지난달, 주변의 직업상담사 선생님이 말했다.


"원래 누구에게나 1년은 힘든 거예요. 그런데 그 1년이 지나면 괜찮아져. 그때가 되면 어느 정도 일이 눈에 잡히거든.


조직이 사람을 뽑을 때 첫 1년을 견뎠는지를 보는 게 그 이유예요. 힘들어도 1년을 버텼다면 적어도 근성은 있다는 소리니까."

누구에게나 한 번은 견뎌야 하는 때가 온다. 더 나은 자유를 위해 자신을 단단하게 단련시켜야 하는 담금질의 시기. 꾸준하고 무던하게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내면의 강도를 높여가는 시간 말이다. 내게 찾아온 첫 담금질의 시기는 입시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3년 내내 학교에 갇혀 피터 져라 공부한 덕에 대학시절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그 입시처럼 이번에 내게 두 번째 담금질의 시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30대 커리어의 기초를 단단히 쌓기 위한 초석을 다듬는 시기다.


하루를 충분히 느끼고 세상을 이루는 소박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 지금은 이를 위한 꾸준한 리듬을 일상에 불어넣아야 하는 시기다. 목적지가 당장 보이지 않을 때는 앞만 보며 묵묵히 나아가는 법도 길을 걷는 또 다른 방법이다.




매일 성공하시면 돼요.
매일 도전해요.

장점이 빛나기 위해선
내용을 채우기 위한 시기가 필요해요
무엇인가 한 번은 이뤄야 합니다

그래야 장점들이 날개를 가지고
날아가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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