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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감 Nov 26. 2021

아주 오래 울고 싶었다

김희수 작가 개인전 <Normal Life : People>

가끔씩 형체 없는 압박감에 옴짝달싹 얽매여 숨을 쉬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멈춰 있는데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멀거니 지켜보는 느낌. 회색빛 형체가 내 머리 위에 떠 시야를 가릴 때. 그럴 때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압박감이 강하게 마음을 짓누른다. 숨이 가빠지고 흔들린다. 안절부절못할 시간에 뭐라도 하자며 몸을 움직이지만 손과 머리, 마음은 흔들리기만 할 뿐 뚜렷한 무언가를 해내지 못한다. 멀거니, 또 멍하니 나아가는 이들의 그림자를 붙든 채 떨고 있을 뿐이다.

공허한 눈, 멍한 시선, 피곤이 묻어나는 얼굴. 김희수 작가의 작품 속 사람들의 모습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시 사람과 닮았다. 불안감을 얼굴 한쪽에 이고 지고 사는 사람들. 은근한 불안감이 피어오를 때 내 얼굴과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갤러리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사람들의 무정한   얼굴에 무정한 다정함이 묻어났기 때문에. 건조하게 굳은 눈빛의 끝에 조막만 한, 누군가를 향한 애정이 방울져 매달려있었다. 그건 가족이나 친구이거나 연인에게 향하는 일말의 감정이자 애정일 테다.

묵묵하게 나아가는, 희미하지만 무던한 일상의 삶들이, 그 속에서 사람들이 짓는 표정들이 다양하게 걸려있는 모습이 좋았다. 무감하지만 다정한 시선들. 그 속에 녹아있는 사람에 대한 작가의 애정.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이 공간 곳곳에 배여 나왔다. 그 시선에 아래 놓인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울고 싶어 졌다. 아주 오래 꺼이꺼이.


그날 저녁은 유난히 동네가 조용했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 탓일까, 죽은 듯 고요했다. 매일 밤 시끌벅적하던 공원엔 인적이 드물었고 휑하니 달리는 자동차 소리만 귓가를 스쳤다. 새삼스러웠다. 다른 맥락 속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했다. 이상한 기분을 뒤로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매일 돌아가는 그 자그마한 원룸이 유난히 싫었다.


집다운 집에 살아본 적이 있던가. 20살 때 이후로 '집'이라는 공간을 가진 건 고향에서 짧게 자취하던 6개월이 전부였다. 빨래 건조대를 마주하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던 유일한 공간이었다.

답답했다. 누군가를 나보다 앞서 저만치 나아가는데, 왜 나는 계속 제자리에 머무르는가. 그 작은 원룸 한 칸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런 원망과 서러움이 드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게 또다시 화가 난다.


숨을 쉬고 싶었다.


우는 걸까, 경계하는 걸까, 멍한 걸까
한 표정에서 다면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복합적이라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의 모든 감정은 겹겹이 쌓여 있어서 부지불식간에 모순적인 감정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갤러리 애프터눈, 김희수 개인전 2부, <Normal Life>


무심한 호기심.어쩌면 마음의 빗장을 붙은 채 새로움을 갈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갤러리 애프터눈, 김희수 개인전 2부, <Normal Life>
무감한 다정함이 때로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갤러리 애프터눈, 김희수 개인전 2부, Normal Life>

감정에 붙들리는 일이 스스로는 옥죄고 갉아먹는 일임을 안다. 그러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건, 어찌하든 그 감정 역시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인생의 짐이라는 사실 때문일 테다. 하나라도 더 행동하는 것. 불안감을 떨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씩은 불안함에 흔들리는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 연약한 마음속 유리구슬이 오늘도 안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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