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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some Mar 09. 2021

[아빠도 처음이야] 2일차 온몸이 뻐근했다.

오전 7시 20분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목부터 허리, 어깨, 다리 등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이를 메고 어린이집 등하원하고 종일 레슬링을 한 후유증일까. 하긴 코로나 핑계로 요즘 헬스장도 못 가고 운동이 부족한 탓일 게다.

 오늘은 어린이집을 조금 일찍 갔다. 7시에 첫 끼니를 해결했는데 원래 등원 시간에 맞추면 어린이집에서 배고파서 울고불고 떼를 쓸 것 같았다. 9시에 도착했더니 금방 출근했는지 선생님들도 정신이 없었다.

 둘째 날엔 다행히도 울지 않았다. 어린이집을 금방 적응하는 것 같았다. 한 20여분 지난 뒤 실험을 했다. 아빠가 잠깐 입구로 나가서 아이의 시야에서 사라지고도 잘 놀 수 있는지. 아빠가 눈 앞에 안 보이는데도 아이는 잘 놀고 있었다.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그 사이 쌓여있던 카톡도 보고 주식시세도 확인했다. 잘 놀고 있는지는 중간중간 CCTV로 확인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후딱 갔다.

 

 피곤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곤히 잠들었다. 잠깐의 내 시간이 찾아온 것. 점심이 애매할까 봐 '아점'을 즐겼다. 명색이 3월 3일 삼겹살데이인데 삼겹살 한 번 구워 먹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밥 한 그릇 뚝딱했더니 아이가 금방 일어났다. 밥 다 먹고 일어나 효자라고 해야 할지 다 먹고 커피 한 잔 할 여유를 주지 않아 불효자라 해야 할지...


 이유식과 분유를 먹이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기어 다니는데 분수토를 했다. 거실 바닥 곳곳에 흔적을 남길 뿐 아니라 본인 위아래 옷에다가도 구토를 했다. 뭐가 잘못됐을까. 혹시 나중에 살짝 먹인 액티비아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분유가 문제였을까. 아직도 미스터리다. 그래도 크게 울지 않아 다행이었다. 토하느라 너무 진이 빠졌던지 다시 또 낮잠을 쿨쿨 잤다.


 4시에 깐 아들은 9시까지 쪽잠 없이 쭉 놀았다. 그 사이 엄마가 와서 이유식도 먹고 온 방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육아 퇴근을 하고 싶었는데 아내가 밀린 청소 등에 열중하느라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 아이가 생긴 뒤로 각자 자기만의 시간이 너무 쪼그라들어서 생긴 오해와 갈등이 적지 않았나 보다. 아이가 일찍 잤으면 그럴 일도 안 생겼을 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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