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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Apr 05. 2022

'아나운서' 지망생이 '승무원'이 되기까지

내가 '승무원'이 된다고?

'꿈' 이 생기는 건 언제부터일까.

 

돌이켜보면, 초등학생 때는 사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당시에 유명한 (?) , 그저 친구들이 모두 생각하는 꿈을  꿈이라고 착각하기 마련.  시절, 유명한 꿈이라면, '과학자', '선생님', '의사' 같은  들이었다. 그리고 자아가 생기기 시작될 무렵에 나는 나의 꿈을 당당하게 말할  있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아나운서'였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KBS에서는 '상상플러스'  '도전! 스타골든벨' 등등  통해 여자 아나운서들이 종횡무진했었다.  모습을 보며 '내가  자리에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아나운서로서의 당찬 미래를 그렸다. 그래서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생활기록부에 적힌  꿈은 단연 '아나운서'였다. 그러나 막상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에는  꿈을 그저 어린 시절의 막연한 꿈으로만 치부하 잊고 지내왔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즈음, 일반 기업의 평범한 (?) 회사원으로 살기엔 너무나 답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린 시절 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 한번 해보자!


그제야 부랴부랴 아나운서 공부를 시작했다. 학원에 등록했고, 작고 힘없던 목소리를 복식호흡으로 크고 단단하게 키우며 완벽한 발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 신문을 소리내어 읽었고, 시사상식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알아봐 주신 아나운서 학원 실장님께서 나를 OBS의 뉴스 콘텐츠를 전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자리에 추천해주셨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부천의 한 방송국을 왔다 갔다 하며 1시간가량 열심히 뉴스를 읽고 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드나들던 OBS
세트장의 모습
뉴스 읽어주던 시절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면접을 보았다.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시 높게 잘 받아놓았던 내 토익점수는 만료 직전이었다. 그 점수를 그냥 날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만료되기 전에 면접의 경험이나 더 쌓아보자라는 마음으로.. 그래도 나름 아나운서랑 비슷한 면접의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항공업계, 승무원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오랜 승무원 지망생들에겐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무런 승무원 공부와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그저 날 것의(?) 모습으로 덜컥 1차, 2차 그리고 체력까지 모두 붙고 말았다.



그때 제일 처음 한 것은, 노트에 '내 이름 석자' 쓰기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을지,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 마인드맵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당시에 아나운서 준비를 하며 어느 정도의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던지라, 아나운서로서의 밝은 미래는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승무원'을 대입시켜보니 그려졌다.


승객들을 환하게 마주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는 나의 모습이.

그리고 무엇보다 그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행복해 보였다.


그래, 이거야. 한 번 해보자! 해보는 거야! 재밌을 거 같아.


그 뒤로 한동안 아무 이유 없이 하늘을 오래도록 멍하니 쳐다보았고, 그 와중에 혹시나 비행기를 발견이라도 하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내 넘버 원 플레이리스트는 거북이의 '비행기'였다.

혼자 하루 종일 들으며 흥얼흥얼거렸다.


퇴근 길 발걸음이 제일 가볍다 :)




그렇게 나는 아나운서가 아닌 '승무원'이 되었다.

내 일터는 방송국이 아닌 '비행기'가 되었다.


아직도 마음 찡한 '최종 합격' 이라는 단어
그때의 남자친구, 지금의 신랑이 수료 축하한다며 미국에서 집으로 보내준 꽃다발 (감동) 우리는 미국-한국 롱디커플이였다!
신입승무원 시절, 동기가 내 비행기에 타서 승객 시선으로 찍어준 사진 ㅎㅎ
뚜비에서 업그레이드도 했지용~! 내가 조아하던 흰색&자켓 조합 유니폼

그렇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행복하게, 후회없이 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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