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하는 삶 어때? _ '세부'
2021년 7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비행 스케줄이 나왔다.
항상 스케줄이 나오는 날은 너무 떨려서 하던 일을 다 멈추고 재빨리 스케줄을 확인하곤 했다.
승무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스케줄! 제발 국제선만큼은 나오지 말아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역시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
하기 싫다고 하면, 피하고 싶다고 하면, 더 할 수밖에 없는 기회가 주어지는 법이 세상이 이치인 걸까.
결국 스케줄에 'CEB'가 떴다.
세부 비행에 나를 데려간단다. 작년 말에도 다녀왔는데 올해 또 가네.
세부. 한 7개월 만에 인천 국제공항으로 출근을 했다.
인천 공항 가는 길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코 시국답게 너무나 한산하고 도로가 뻥 뚫려있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자유로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와야 할 텐데..
아웃바운드 (인천에서 세부 가는 비행기)에서 필리핀 승객들이 대거 탑승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한 보따리 이상의 기내 휴대 수하물이 들려있었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더 이상 기내 선반에 싣는 것은 불가능했다. 탑승권을 검사하는데 사무장님이 앞으로 오셔서 지상직원에게 더 나머지 휴대 수하물은 기내에 실을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그리고 나머지 짐들은 일일이 게이트 백으로 부쳐야 해서 출발이 무려 1시간이나 지연되고 말았다. (맙소사!)
하지만 비행 중에는 생각보다 그리 바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하는 국제선 풀 서비스지만 공부한 대로, 그전에 해왔던 대로 몸이 알아서 척척 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세부에 도착! 하지만 비행기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다.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못 나간다니...
원래대로라면 세부에 내려 호텔 가서 쉬어야 하지만 코시 국인 탓에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내 청소 후, 또다시 4시간 30분의 한국행 비행 시작. 그리고 밤을 꼬박 지새워야 한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하다.
밤 샘 비행에 온 몸은 피곤해도 오랜만에 밀 서비스, 입국서류 배포, 면세품 판매를 다 하니 일다운 일을 한 거 같아 마음만은 뿌듯했다. 그리고 모든 승무원들의 가장 행복한 시간.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여 승객들을 내려주고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비행기에서 밤을 꼴딱 지새우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고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퇴근했는데 마주하는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퇴근길, 비행 피로가 쏴-악 사라지게 하는 마법 같은 풍경.
때로는 이러한 세상 풍경에 따스하고도 찐-한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비행, 밤샘 비행을 하고 오면 제일 좋은 게 이거다. 몸은 아주 고되고 피곤하지만 또다시 자유로운, 새로운 하루가 나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는 거.
일하고 씻고 티브이 틀고 소파에 누워서 오늘 남은 하루에 대한 걱정 없이 커피 한 잔 마시며 누리는 여유.
역시 집이 최고야. ㅎㅎ 일하고 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너무 오랜만에 가는 국제선이라 공부도 많이 하고, 업무에 대한 걱정도 됐지만 좋으신 사무장님, 선배님들 덕분에 꿀 비행을 했다.
어딜 가나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해.
그렇다. 사실 승객보다도 함께하는 동료가 중요하다.
이건 모든 승무원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다.
완전무장! ~~~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나 자신 절대 지켜~~!!
승객들을 내려주고 다시 태우고 돌아오기 전, 클리닝 타임 때 잠시 쉬며 안경과 보호복을 벗고 휴식을 취했었다. 너무 갑갑해 ~ 잠시 벗고 몸과 마음을 쉬어주는 타임은 꼭 필요해 !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나는 이렇게 비행을 했었다.
승객들만 안전하고 편하게 모실 수 있기 만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