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안에 뭐가 들었는지 봐주실래요?
이전 직장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서 이동을 했었는데, 이동한 부서엔 운 좋게 입사 동기가 있었어요. 2살 차이 나는 동생이었는데, 새로운 부서 적응하는 데에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죠.
역시나 ‘밥정’은 무시 못한다고. 매일 같이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업무 중간중간 같이 옥상에 올라가 스트레스로 터질 듯한 머리를 그 계절 바람으로 식히기도 했죠. 오죽하면 팀원 분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어요. 무슨 10대 남학생들처럼 맨날 붙어 다니냐고.
그 동기와 오가던 많은 이야기의 주제는 대부분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특히 직장인에서 벗어나 더 늦기 전에 자신의 것을 해야 한다는 게 그 친구가 늘 입 아프게 말하던 지론. 당시 저는 직장에서 월급을 제외한 그 어떤 동기부여도 찾지 못하고 있던 터라 심히 공감했죠. 그 공감 이후엔 ‘그렇다면 나는 직장을 벗어나서 무얼 하고 싶은가’에 대한 큰 물음표가 떡하니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실마리는 의외로 ’ 미래에 대한 고민‘ 대화가 아닌 그냥 ‘일상’ 대화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동기도 옷을 나름 좋아했는데, 특히 포터리(POTTERY) 셔츠 매니아였습니다. 포터리 타입라이터 셔츠 특유의 바스락 거림을 좋아해 색깔별로 소장할 정도였죠.
그렇게 종종 옷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제 옷 쇼핑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는데, 제 네이버 즐겨찾기 목록엔 100개 이상의 세컨핸드 빈티지 스토어 리스트들이 있고 그 스토어들을 매일매일 하나씩 하나씩 접속하여 어떤 옷들이 업데이트되었는지 보는 게 제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죠.
100개라고? 와, 미쳤네.
동기는 엄청 놀라워했습니다. 그런 제가 저는 저라서 그리 놀라운 것인지 몰랐는데, 남에게는 무척 놀라운 거더라고요. 저도 그 대화 전까지는 리스트 목록이 몇 개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데, 100개가 넘어가는 숫자를 알게 되니 저도 새삼 좀 알겠더라고요. ‘아, 나 이거 정말 좋아하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확인해 보니 141개네요)
지금까지 제가 태그모어란 스토어를 열게 된 아주 작은 일화를 말씀드렸습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잘 안다고 속단하기 쉽죠. 그러나 모르는 경우가 썩 많을 걸요. 위 일화 속 저처럼요. 혹 알더라도 그게 남들보다 월등한 그 무엇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특히 학문이나 스포츠와 같이, 남들과의 경쟁이 만연해있는 명확한 분야가 아니라면 더더욱이요.
그래서 때론 남들이 봐줘야 할 때도 있어요. 내 안에 뭐가 들었는지. 뭐가 꿈틀대는지.
이 노스페이스 퍼플라벨 백팩은 당신이 어떤 물건들을 들고 다니는 어떤 사람인지를,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 적나라하게 봐줄 수 있습니다.
혹시 아나요? 그러다 자기 자신에 대해 큰 깨달음을 줄 은인을 만날 지도요. 마치 제 동기와 같은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