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hitehole Nov 11. 2023

Detour 7. 개인가, 늑대인가. 미국 주택시장

좋다고 봐야 할까나, 나쁘다고 봐야 할까나.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쓰고자 했던 얘기를 쓸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시장은 정말 쓸 얘깃거리를 끊임없이 던져주고 있지만, 그것을 담아낼 실력과 여유가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보다 많은 것을 또 공부해 보고 살펴보다 보니, 너무 늦게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살짝 뒤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도움 될 얘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공부를 마무리할 겸, 계속하겠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프랑스어에서 비롯된 말로, 황혼을 뜻하는 것이라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색이 아름답게 변해가는 그때에 멀리서 보이는 저것이 과연 내가 키우는 개인지, 늑대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시간을 말한다고 하네요. 경제지표들이야 항상 개와 늑대의 시간에 있겠지만, 요즘은 더욱 두드러지는 시기입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구별해 내기 힘든 분야를 꼽자면, 미국 주택시장인 것 같습니다. 미국 주택시장은 과연 지금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무엇이든지 주입식으로 그냥 이유 없이 알아보면 금방 잊어버리기 십상이죠. 이유를 알고 알아보아야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우선 왜 미국 주택시장이 좋은지 나쁜지 구별하기 어려운 지 살펴보기 전에, 왜 미국 주택시장을 쳐다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본디 주택시장은 경제활동 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주택의 형성과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서비스와 제조업, 원자재,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이 부분이 주목을 받고 있죠. 바로 인플레이션, 그중에서도 미국 CPI 항목 내의 Shelter 부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OER(Owners' Equivalent Rent)이라 불리는 항목 때문입니다. 전체 인플레이션 구성 항목 중에서 Shelter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 그 하위 항목인 OER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6%입니다. 무시할 수 없죠.

Headline과 달리 아직 높은 내려오지 않는 CPI 중 Shelter 항목의 YoY 추이 / 출처 : FRED

  



  OER은 쉽게 말해 자가 보유자에게 묻는 설문조사입니다. '너의 집을 렌트로 한다면 얼마면 되겠니?'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그것으로 저 수치를 만들어 냅니다. 소유자는 답을 어떻게 할까요? 정확한 가격이 안 나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집 가격을 기준으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내고 있는 모기지 이자, 주택의 상태, 소유자의 성향 및 처한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입니다. 즉, 주택 가격이 OER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인플레이션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생각보다 꽤 큰 비중으로 말이죠. 


  그럼 왜 주택가격이 안 빠지는 걸까요? 엇, 잠시만요? 미국 주택주택 가격이 정말 안 빠졌을까요. 기존주택, 그러니까 구축 주택가격의 중간값은 올해 6월에 최고점을 찍고 3개월 연속 내려오고 있습니다만 크게 빠지진 않았습니다. 반면 신규 주택가격은 22년 10월 고점을 찍고 하향 추세입니다. 올해 6월 잠깐 반등했지만, 하락 추세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주택거래규모를 비교 시 압도적으로 많은 기존 주택매매 건수를 고려할 때, 부동산 가격이 크게 빠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네요.

신규 주택(파란색)은 가격이 낮아지는데, 기존 주택(붉은색)은 여전히 높게 유지 중 / 출처 : FRED


  다시 질문으로 되돌아오겠습니다. 왜 안 빠질까요? 특히 구축시장에서 왜 더 그런 걸까요? 미국 주택시장이 단단한 이유를 찾을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주택공급 부족입니다. 한번 주택 착공 건수를 볼까요. 착공건수는 집 짓는 공사를 시작한 건수입니다. 착공건수가 많다면 주택공급이 많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미국의 주택 착공 건수는 2006년부터 서브 프라임 사태가 발생했던 2009년까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00년 초반 닷컴버블의 붕괴로 크게 내렸던 기준금리를 다시 끊임없이 인상한 효과지요. 덕분에 밑에 차트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1960년대 이후 일정 수준의 주택 공급 추세가 2005년 이후 크게 내려앉습니다. 그리고는 2020년 가까이 되어서야 과거 수준으로 주택공급량이 회복됩니다. 최근 경기가 성장하면서 착공건수가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근 10년간 저조했던 주택공급량을 다 커버하기엔 부족해 보이네요. 네, 맞습니다. 주택공급량은 부족합니다.

1960년대부터의 미국 주택착공건수 / 출처 : FRED


  음? 그럼 부족한 주택을 지어서 공급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주거형태는 아파트입니다. 지금은 고층아파트를 지을 때 철골구조도 많이 씁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아파트 지을 때 많이 필요한 재료는 콘크리트입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 고층건물도 있지만, 미국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주거형태는 잔디밭이 있고, 1층이나 2층 정도 높이의 주택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집을 짓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는 목재입니다. 목재의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급격히 올랐던 시기와, 봉쇄완화 조치 등으로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급등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하향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택업자들이 지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왜 수요가 있는데 지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바로 높은 모기지 금리 때문입니다. 응? 금리는 주택가격을 내리는 요인 아닌가요? 네.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모기지 대출을 빌릴 때 장기 고금리 상품을 사용합니다. 가장 많이 기준이 되는 30년 모기지 금리는 2010년 이후 높아봐야 5%, 낮을 땐 2~3% 대였습니다. 하지만 2022년 들어오면서 5%를 넘더니, 지금은 7.5% 수준입니다. 단순하게 30년 동안 낼 연 7.5%의 이자를 모은다면 원금의 2.25배가 됩니다. 꽤나 높은 수준이죠. 


  금리가 이렇게 높다 보니,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더 고쳐쓰자는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굳이 다른 집을 사서 새로운, 높은 모기지 금리를 부담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집을 짓는 주택건설업자들도 높은 금리가 벽으로 다가옵니다. 주택건설업자들은 높은 금리 때문에 웬만큼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싸게 팔 수도 없습니다. 높은 물가 때문에 공사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그럼 가격이 높으니 주택시장은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 주택공급자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Home Builders)가 매월 발표하는 주택시장 인덱스는 현재의 신규 주택 판매 상황과 6개월 안에 잠재적인 구매자들을 측정해서 산출하는 대표적인 미국 주택시장 지수입니다. 코로나 봉쇄조치가 완화되는 시점에 크게 상승했던 지수가 최근 처음 코로나 확산 당시의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시장이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모기지 시장 환경도 2000년 들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결코 미국의 주택시장이 좋은 상황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리해 볼까요? 


  미국 주택공급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에 맞춰서 수요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죠. 금리가 너무 높아서 그렇습니다. 결국 집이 없는데 꼭 집을 사야 하는 수요에게만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것도 높은 가격에 말이죠. 그렇기에 기존주택 가격과 신규주택 가격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모기지 신청건수는 감소 추세가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합니다. 바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종종 목격되는 거래량 급감 사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이 막힌 상황을 풀어내는 열쇠는 모기지 금리의 하락일 수도 있습니다. 낮은 금리가 거래를 발생시키고 가격 하락을 점차 현실화시키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금리가 내려가도 주택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얘기는 성립하기 어려운 사실, 금리가 낮아지는데, 물가가 내려가는 사실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바로 OER이 낮아지면서 물가가 낮아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너무 늦게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빠르게 만나 뵙겠습니다.


[표지그림 : Unsplash의Avi Waxman 작품]


매거진의 이전글 Detour 6. 미국 국채 금리 소설 써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