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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들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서 2013년 <원데이 피크닉>이라는 기획으로 건축가의 건축물을 찾아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고 2014년도에는 <이상 일상>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진행한 적이 있다. 풀이하자면 ‘이상한 일상 하지만 이상적인 일상을 함께 보내보자는 것’이었다. 모여서 전시도 보고 자기를 발견하는 시간을 함께 또 따로 갖고는 했다. 별거 아니지만 특별하게 흘러가는 그 일상의 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자연스레 관련 직업인이 되는 것으로 이어지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2018년부터 6개월 단위 기수를 모집해 <월간 피크닉>을 진행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함께 시간을 보내되 각자 창작물을 만들어보는 모임이다.
나는 왜 이리도 일상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게 되었을까?
2013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하나에만 삶의 다른 영역에 소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차츰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무너져 내린 것을 복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결코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조화로운 삶, 단단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그 시간이 쌓여 결국 내 인생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나의 인생을 담아야겠다는 결심을 자연스레 하게 된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묻는 것은 매일의 주요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머리로 인식하는 것과 실제 그렇게 사는 것은 다르다. 머리로는 하루에 인생을 담겠다고 했지만 대충 흘려버리게 되는 날이 더 많았다. 매번 잘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니 ‘정작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였음을 알아차렸다.
내 인생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예술하는 삶을 살고 싶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단단한 내면을 갖추고 싶고 등등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관련한 행동들을 잘게 쪼개어 기록했다.
• 예술하는 삶 : 5분 동안 딱 한 장 그림 그리기
• 육체적인 건강 : 달리기 / 요가
• 정신적인 건강 : 명상
• 사유하는 삶 : 명상록 1장 (2p) 읽기
• 세계 시민의 삶 : 영어공부
• 하루 정리와 기록 : 일기 쓰기
• 1년 후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 5년 다이어리 쓰기
꼬박꼬박 매일같이 하는 것들이다. 어디에도 공유하지 않으니 매일 쌓아 올리는 행위들은 모두 파편화되어 기록되거나 흩어져버리고는 했다. 올해에는 글을 쓰는 사람, 자기표현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직접 경험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쉬울 테니 매일같이 행하는 일들, 그 단상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상이지만 잘 모아서 기록하고 또 공유해보려 한다.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