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력 Nov 10. 2024

알다가도 모를 고양이 마음

우리 집 고양이 칠월이

우리 집에 고양이는 칠월에 와서 칠월이다. 지금 11월이니 얼추 4개월이 되어간다. 처음 그 놀랍도록 작던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그때보다 네 배는 커졌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참 고양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요새 사료를 새끼 때처럼 적극적으로 먹지 않는다. 희한하게 먹을 때 옆에 있어주거나 손에 사료를 놓아주면 잘 먹는다. 그냥 그릇에 사료를 넣어만 놓으면 잘 먹지 않는다.  어느 때  그냥 놔둬보면 하루에 한 번인가 두 번 먹을까 말 까다.  그런데 셋째가 집에 있으면 잘 먹는다.


칠월이 마음은 언제 사료를 먹을 마음이 드는지 참 금하다.


또 하나는, 항상 내 옆에 있고 나를 바라보면서도 막상 좀 친하려고 하면 도망가버린다.  등이라도 쓰다듬으려 하면 항상 화들짝 도망가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항상 내 옆에 몸을 닿고 잠을 잔다. 그렇게 옆에 있고 싶어 하면서도 너무 과하게 좋아하면 또 홀랑 도망간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고양이 마음을

알다가도 모를 고양이지만 그냥 귀엽다. 너무 귀엽다. 그냥 보고 있으면 포근포근하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고양이를 몰랐을까.


며칠 전 하루종일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전날 떡을 너무 과하게 먹었다.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었는데 오랜만에 신나서 먹었다. 다음 날 여지없이 탈이 나서 하루종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시름시름 정신이 혼미한데 누가 내 옆을 왔다 갔다 한다.


잠깐 눈을 떠보니 칠월이다. 내 주변을 왔다갔다하더니 손등을 핥고 지나간다.  내가 그렇게 아파도 다들 관심도 없는데 오로지 칠월이만 나를 핥아준다.


참 그게 위로가 된다.  희한했다.


이 작은 생명체, 말도 못 하는 이 생명체가 뭐라고 위로를 주는 게 신기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얼른 일어나. 나랑 놀아야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내 주위에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를 아는 체를 하고 만지려고 하니 또또 침대 밑으로 화들짝 도망간다.


털 달린 이 말 못 하는 고양이가 위로가 된다.


그냥 옆에 있어 주는게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