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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필력
Nov 30. 2024
인생을 고양이처럼
고양이에게 배운다.
요란스럽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은 고양이의 성격이 부럽다.
고양이는 대체로 고요하다.
그리고 과한 사랑도 확실히 선을 긋고 거절한다.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집에 키우는 동물이 고양이여서 다행이다. 만약 다른 동물이었으면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조절 못했을 것이다. 과했을 것이다.
고양이는 조금씩 다가온다. 한꺼번에 호들갑스럽지 않다. 싫으면 하악거린다. 그러면 우리는 멈춘다. 그 멈추는 선을 고양이가 알려준다.
고양이는 자신이 어떨 때 불편한지 자기감정을 아는 동물 같다.
자신의 몸도 스스로 깨끗하게 하니 항상 깨끗하다.
나는 처음에 좁은 집안에서 평생 사는 고양이가 불쌍했다. 지금은 그 생각이 없어졌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저리도
평화로우
니 말이다.
인생을 고양이처럼 살면 좋겠다.
사랑을 지그시 표현한다.
깨끗하다.
싫으면 하악거리며 표현한다.
조용하다.
그리고 가장 배우고 싶은 점은 관계의 거리를
조종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선을 넘는 사람들을 그대로 나뒀었다. 나를 보호하지 못했었다. 고양이처럼 저렇게 하악거려서 나의 선을 알려줘야 했는데 평생 그걸 못했다. 선을 넘는 것을 그냥 놔뒀다가 나중에
속상
하고 화가 난 적이 많다.
당
시에는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해 즉시 반응하지 못했었다.
고양이한테 배운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 말이다.
서로 싫어하는 것을 안 하니 감정이 쌓일 일이 없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아는 지인이 자꾸
거슬리는
언행을
계속했다. 한 번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이었다.
아
마 그 사람의 말버릇일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상처를 받는다.
다른 때 같으면 참거나 상대의 히스토리를 분석하여 이해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진실된 관계가 아닌 내 마음속에 가시가 있는 채로 미움이 싹텄을 것이다.
나는 고양이한테 배웠다. 고양이처럼 살기로 했다.
그 순간 나는 말해버렸다.
"아주, 기분이 나빠. 왜 자꾸 나를 누르려고 해. 그만해."
말해놓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내뱉은 말이 지금의 내 감정을 더없이 정확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차분했고 감정이 섞이지 않은 서술형 답안처럼 조용히
읊
조리면서 나직이 말했다.
너무 놀랐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와 싸움이 붙으면 백전백패하는 사람이다. 아니 싸우거나 다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감정에 압도되어 한마디도 못할게 뻔하니까.
감정컨트롤이 안돼서 폭발해 버리거나 시간이 지나서 분노에 휩싸인다. 그러면 관계를 망친다. 애들이랑은 그랬고 가족 이외의 사람은 피하거나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면 가시가 있는 채로 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상처받는 것이 걱정돼서 말하지 못한 적도 많다.
두 가지였다. 내 감정을 나중에 알아서 즉시 대응하지 못하거나,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봐 말을 아끼거나.
이런 일은
부작용이 많았다.
상대의 언행을
모르는
척 넘어갔지만 내 마음은
아
팠기 때문이다.
나의 선을 알려주지 않았으니 상대는 계속 선을 넘는다.
나를 제일 보호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말을 한 것이다.
"
나 기분 나빠, 그만해."라고 말한 것이다.
상대는 즉시 멈췄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한 거지?'
완전히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걸음을 띠었다.
그리고 상처 잘 받고 연약한 내 모습을 인정한다. 소인배가 되기 싫어 과도하게 참은적이 많았다.
이제 참지 않고 얘기 해주려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한걸음이다
.
고양이한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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