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리오 Nov 03. 2020

학생의 특권

[영화] 위플래쉬 (Whiplash , 2014)

  “넌 확실히 칭찬에 힘을 많이 얻는 것 같아” 언젠가 친구가 술자리에서 한 말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초등학교부터 쌓여 온 나에 대한 통찰력에 크게 감탄했다. 그렇다. 난 칭찬을 무척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아는 체를 해주시면 덩달아 그 과목이 좋아졌다. 어쩌다 따로 심부름이라도 시키시면 사이에 특별한 유대가 생긴 것 같았다. 칭찬에 인색하신 부모님 덕분인지, 지금도 사소한 것에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곤 한다.

  사람마다 동기부여가 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나처럼 칭찬에 힘을 얻을 수도 있고, 호된 질책에 힘을 낼 수도 있다. 네이선처럼 꿈을 좇는가 하면, 플레처처럼 경력을 위해 애쓰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기분과도 같아서, 때때마다 달라진다. 나 역시 채찍에 맞서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타오르는 마음에 눈을 부릅뜨기도 하며, 흰 봉투를 채우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나도 영화 속 플레처처럼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이 크다. 꿈을 생각하면 아랫배에 기합이 들어간다. 그것은 나에게 <아스테릭스>의 마법 물약만큼이나 힘이 된다. 죽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하게 되는 것이 더 싫을 정도다. 다이나믹 듀오의 <Dream (Feat. 바다)>에 “꿈을 꾸지 않는 자는 살아있는 송장 난 차라리 꿈꾸다 죽은 시체가 되리”라는 가사는 꼭 내가 한 말 같다.


  학교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은 적이 있다. 지금은 그 열망이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아직도 마음 한쪽에 여전하다. 중학교 시절, 교정 한가운데 서 있던 설립자 흉상이 참 멋있어 보였다. 언젠가 그런 자취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학교도 영화 속 셰이퍼 음악학교와 같은 예술학교다. 비록 내가 예술은 잘 모르지만, 그것이 내 삶을 더 자유롭게 풍요롭게 해 주기 때문에 항상 동경한다. 학교 안에서 누렸던 많은 혜택을 유망한 인재들에게 환원함으로써 예술가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거창한 뜻도 조금은 있다.


  학교와 꿈. 두 단어는 참 잘 어울린다. 어쩐지 학교에선 여기저기 꿈이 마구 자라날 것 만 같다. 나는 꿈을 자라나는 데 가장 좋은 양분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채찍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그것은 농약과도 같다. 플레처와 같이 무지막지하게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아직 그들에게 농약은 필요하지 않다. 프로에서라면 모를까. 어려서부터 내내 농약을 잔뜩 치다니, 건강할 리가 없지 않은가.




위플래쉬 (Whiplash , 2014)

감독 데미안 셔젤

출연 마일스 텔러, J. K. 시몬스


위플래쉬 (Whiplash , 2014) 출처 : 다음


"박자가 안 맞잖아, 다시!"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된 신입생 '앤드류'

최고의 지휘자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레쳐'교수는
폭언과 학대로 '앤드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또 몰아붙인다.

드럼 주위로 뚝뚝 떨어지는 피,
빠르게 달리는 선율 뒤로 아득해지는 의식,
그 순간, 드럼에 대한 앤드류의 집착과 광기가 폭발한다.

최고의 연주를 위한 완벽한 스윙이 시작된다!


위플래쉬 (Whiplash , 2014) 출처 : 유튜브 southern all films 채널



작가의 이전글 더는 무섭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