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리스리 Dec 12. 2024

나는 오늘도 스타벅스로 도망친다

아이가 6개월이 되자 집안에서 둘이서만 같이 있는 게 너무나도 힘들어졌다.


본인이 뒤집어놓고 짜증난다고 울고, 분유 먹다가 울고, 내가 잠시 부엌에 갔다가 울고.


모든 것이 아이 울음의 원인이다.


등 센서는 또 어찌나 발달했는지 잠시 눕혀놓으려고 하면 징징대어서 아이가 자는 내내 나는 꼼짝 없이 아이를 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아이를 밖에만 데려가면 세상 순한 아이가 된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쩜 아이가 이렇게 순하냐"고, 엄마가 태교를 잘했나보다 라고 칭찬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추운 겨울에도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집에서 둘이서만 있으면 미쳐버릴 거 같으니까.


유모차를 태우면 잠이 들든,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맞춤을 하고 교감을 하든


집에서 나와 둘이 있을 때보다는 더 나으니까. 내가 아이한테 소리칠 일이 없어지니까.


이제 더 이상 쓸 스타벅스 쿠폰도 없어서 노브랜드에서 장 보는 김에 산 밀크티 티백 하나를 텀블러에 타서 마셨다. 원래는 분유물 담아온 텀블러인데, 미안.

(신세계 정용진은 어떤지 몰라도 원래 스타벅스 철학이 "주문하지 않아도 잠시 머물다 가세요"이니까...라고 자기 위안중)


아이랑 매일같이 집에서 씨름할 바에야 스타벅스라도 나와야 한다.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개인카페에 가볼까 싶었지만 역시나. 유모차가 진입할 오르막이 없다. 이러니 스타벅스에 갈 수밖에. 


그래야 아이를 덜 미워할 수 있다. 나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한테 마구잡이로 화를 내는 나 자신에 대한 혐오도 멈출 수 있다.


이상 스타벅스에서 쓴 글. 마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